(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지난해 말 개점한 현대백화점 면세점의 영업손실 규모가 확대되면서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내년 안에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면세점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회사인 현대백화점 부담만 커지고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올 1분기 236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면세점 사업 시작 이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650억원에 가까운 적자가 난 것이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작년 11월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시내면세점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비용과 개장 초기 광고판촉비 증가로 면세점에서만 419억원 적자를 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의 영업손실이 반영되면서 현대백화점의 실적도 부진했다.

면세점 매출이 1천569억원 더해지며 백화점 순매출액은 5천2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26.4% 감소한 671억원에 그쳤다.

면세점 사업 적자가 백화점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백화점 사업만 놓고 보면 매출은 전년과 비슷했고 영업이익 감소는 5.2%(54억원)에 불과했다.

현대백화점은 당초 1분기 면세점 적자를 100억 원대로 줄이려 했지만, 면세점이 여행사·가이드에 제공하는 송객수수료와 인센티브가 늘어나면서 실적 관리가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영업손실을 지난해와 비슷한 400억원으로 맞췄지만 이미 1분기에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이면서 연간 손실이 배로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현대백화점은 적자를 감내하며 면세점 사업에 지속해서 투자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대규모 투자에 이어 올해에만 1천억원을 출자했다. 이달까지 출자를 완료하면 총 출자 금액은 총 2천300억원이 된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적자가 감내할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은 사업 초기 상품 매입과 인테리어 등 초기 사업투자 비용이 크다"면서 "초기 2년은 적자를 예상했고, 매출이 매월 늘고 있는 만큼 아직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얼마나 출혈경쟁을 감내하고 매출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최근 시내면세점 시장에서 결국 백기를 들고 4년 만에 철수하면서 면세점 시장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특히 현대백화점처럼 후발주자 이거나 중소업체의 경우 영업력과 구매력에서 밀려 더 많은 마케팅비용을 쏟을 수밖에 없다.

당장 정부가 이달 중으로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발급을 논의할 것으로 보여 출혈경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몸집을 불리기 위해 무작정 점포 확대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추가 비용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칫했다간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다점포화가 과연 현재 환경에서 적합한지 등을 신중히 따져서 입찰에 나설지 결정할 것"이라며 "업계가 힘든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지만, 사업 초기이니만큼 사업 존속 자체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매출 대부분을 중국 보따리상이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구조와 해외관광객 급감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면세점 업계에 쓰나미가 몰려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철수 사례를 보면서 올해 안에 한두 군데가 더 문 닫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도 예외가 되지는 못해 현대백화점 그룹에서 계륵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