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액면분할은 통상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통한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 액면분할을 하는 기업들은 우량하고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은 회사가 대부분인데, 액분으로 그런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커지는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나치게 주가가 높아 접근이 어려웠던 개인 투자자들에게 '액분'은 좋은 선물이다. 액분 이후 주식 수요가 그만큼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전에서의 액면분할은 교과서의 논리와는 다르다. 액면분할을 한 회사 치고 주가가 오른 기업을 찾아보긴 쉽지 않다. 2000년대 초반 액면분할을 했던 SK텔레콤을 비롯해 최근 사례인 NAVER와 삼성전자를 봐도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오른다는 공식이 통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액분 이후 하락하는 사례가 더 많다.

액면분할은 기업가치에 변화를 주는 게 아니라 단순히 주식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기대와 달리 주식 시세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액면분할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해마다 실적이 계속 좋아져야 하고 재무구조가 탄탄해져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만 액면분할이나 자사주매입 같은 주주환원 정책이 빛을 발할 것이다. 주가를 올리려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게 우선순위고, 주주들의 환심을 사는 정책은 그다음 순위라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한 지 1년이 지났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했을 당시의 주가 5만3천원을 1년 동안 한 번도 터치하지 못했다. 황제주에서 국민주가 되겠다며 야심 찬 출발을 했으나 4만3천원대에 머물고 있는 현재 주가는 주주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주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액면분할의 덫에 빠진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애플도 비슷한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타계 이후 주주들에게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잡스 때의 혁신을 잃고 방황했다. 잡스 이후 애플은 애플다운 혁신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다.

삼성전자에 중요한 것은 주주환원 정책이 아니다. 삼성전자를 이끌던 쌍두마차인 휴대폰과 반도체의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삼성은 이미 휴대폰이라는 말을 하나 잃었고, 반도체라는 또 다른 말은 힘에 겨워 제대로 전진을 못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지, 그 결과물을 시장에 증명해야 한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본시장부장 이장원)

jang73@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