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이 합의를 깼다(China broke the deal)"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비난은 단순히 지지자들에게 점수를 따기 위한 멘트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중국이 재협상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며 오는 10일 중국산 제품 2천억 달러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중국이 당초 합의했던 부문에서 상당히 후퇴한 합의 초안을 보낸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트럼프의 경고는 결국 현실이 됐다.

이날 미국은 예고한 대로 중국산 제품 2천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인상했다.

중국 상무부는 곧바로 유감을 표명하며 보복 대응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무역 전쟁이 확전으로 가기 일보 직전이다.

주말에 나온 트럼프의 트윗은 금융시장을 일순간에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중국 당국 역시 트럼프의 반응에 매우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자들이 트럼프의 트윗에 당황해 긴급 회동에 나섰고, 이번 주 예정됐던 고위급 협상을 예정대로 진행할지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협상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 예정보다 하루 늦게 협상에 임했고 첫날 협상이 종료됐다.

백악관은 양측이 다음날 오전에 다시 협상을 재개한다는 데 합의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협상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류허 중국 부총리가 올해 2월 방미 때와 달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문하지 않아 그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서한을 받았다고 밝히고 아마도 이날 전화통화를 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지금까지 전화통화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류허 부총리는 관영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압박을 무릅쓰고 여기에 왔다"며 "이는 중국의 최대 성의를 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류 부총리는 "우리가 직면한 이견의 일부를 솔직하고, 자신 있게, 그리고 이성적으로 해결하길 원한다"라며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협상 의지를 피력한 것이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등 전망은 밝지 않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 주석의 서한을 설명한 한 정부 관료는 시 주석의 서한이 친절하고 외교적인 톤을 유지했지만, 서한에 평등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며 이는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며 무역 합의가 더 공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리는 이번 회담이 결렬(breakup)로 향한다는 "우울한(dour) 느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양측 협상단 간의 회담에서 거의 진전이 없었다며 이들을 둘러싼 분위기가 "비관적(downbeat)"이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10일 오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 협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양측이 하루 만에 극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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