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것으로 내다본 KB국민은행이 대출 구조조정에 나섰다. 매크로 경기는 물론 부동산 시세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하락하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그간 부동산대출 늘리기에 혈안이 됐던 시중은행들도 조금씩 속도 조절에 들어서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소호대출) 중 부동산ㆍ임대업 대출을 올해 1분기에만 3천억원 가까이 줄였다.

부동산ㆍ임대업 대출이 줄어든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했다. 지난해 말 23조5천억원을 넘어섰던 대출은 최근 23조2천억원 대로 내려앉았다. 절대적인 규모가 줄어들면서 소호대출 내 부동산ㆍ임대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0.3%포인트(p) 축소됐다.

이 기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부동산ㆍ임대업 대출은 각각 5천억원 안팎으로 늘어났다. 우리은행은 22조7천억원, 신한은행은 19조4천억원 규모의 부동산ㆍ임대업 대출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그간 공격적으로 늘리던 대출영업기조는 한풀 꺾였다.

신한은행은 2014년 이후 소호대출 내 부동산ㆍ임대업 대출 비중을 꾸준히 늘려오다 지난해 말 44%를 기록한 이래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54%로 대출 비중을 관리 중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부동산ㆍ임대업 대출 연체율이 0.07%로 시중은행 중 가장 낮다. 경기 탓에 연체율이 상승한 다른 은행과 달리 두 은행은 연체율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다.

국민은행이 대출 구조조정에 나선 사이 KEB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ㆍ임대업 대출을 보유하게 됐다.

KEB하나은행의 부동산ㆍ임대업 대출은 23조3천674억원으로 석 달 새 9천억원 넘게 급증했다. 소호대출 내 비중도 53.5%에서 54.8%로 올랐다.

이 기간 일부 거액 여신을 보유한 개인 차주의 부실로 연체율도 0.34%로 0.07%p나 올랐다. 현재 KEB하나은행은 부실자산의 부동산 담보 가치를 끌어올리고자 관련 자산 매각 일정을 조율 중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지난해까지 소호대출 내 임대업 대출 여신이 영업의 핵심축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가계대출 성장에 한계가 왔고 반대급부로 기업대출을 늘리는 가운데 꽤 오랜 시간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보이자 부동산, 임대업 업종 대출이 은행권 공통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 부행장은 "하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도 이제는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자산 건전성을 고려한 움직임이 지난해 말부터 가시화하고 있다"며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은 부동산대출의 양적 성장보단 질적 성장이 우선인 시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경기는 역성장에 접어들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부동산경기지수도 전국적으로 하향 추세가 짙어졌다. 지난 4월 전국의 주택가격 동향만 보더라도 수도권과 5대 광역시, 세종 모두 하락 폭이 확대됐다.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지방은 기반산업 경기까지 침체하며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에 은행들은 지난해 10%에 달했던 기업대출(소호대출 포함) 목표치를 올해 5~7% 수준으로 낮췄다. 특히 부동산ㆍ임대업 대출에 대해선 상권침체 지역이나 가격변동이 큰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신용등급에 따른 신용비율을 강화했다. 과거보다 담보 비율을 올려 부실 부동산대출을 줄이고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우리은행은 지역별 평균 매출 하위 상권을 선별해 별도로 관리 중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관리하는 '빅아이'도 도입했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도 공실률이 높은 취약 지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위험군 차주를 선별한 단계별 포트폴리오도 관리 중이다.

은행권이 공통으로 주목하고 있는 지역은 수도권 일부와 세종특별시, 울산광역시, 그리고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전반이다.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은 "조선, 해운, 자동차 산업에 기반을 둔 지방의 경기가 침체하며 관련 지역 부동산대출은 더 타이트하게 관리 중"이라며 "서울과 경기, 부산 등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부동산ㆍ임대업 대출 연체율이 자칫 올라갈 수 있어 본부는 물론 본점 차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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