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10일 신한금융지주가 내달 출범하는 퇴직연금사업의 부문장에 신연식 신한은행 본부장을 내정하면서 조직 안팎은 꽤 술렁했다. 신 내정자는 신한은행의 대표적인 인사전문가다. 1988년 입행한 이래 인사부에서 과장, 팀장, 부장을 지냈다. 선후배에게 가장 영향력 있었던 인사부 출신이다.

이백순 전 행장에서 서진원 전 행장으로 바통이 넘어가던 찰나, 그는 인사지원부장을 담당했다. 신한사태의 시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인 셈이다.

신 내정자는 6년이나 본부장을 지냈다. 통상 3~4년간 역임하는 본부장을 6년이나 다는 경우는 꽤 이례적이다. 혹자는 특혜라고, 혹자는 배척이라 했다.

그룹 부문장은 향후 자회사 최고경영자(CEO)까지 내다볼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르다. 퇴직연금 부문장은 지주와 은행, 금투, 생명의 연금조직을 총괄하는 상무급 자리지만, 앞으로 GIB 와 GMS, WM 사업 부문을 이끄는 부사장들과 함께 그룹의 주요 협의체에 함께하게 된다.

이른바 '인사통'인 그를 퇴직연금사업 부문 수장에 추천한 것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이다. 누구보다 신한의 사람들을 잘 아는 인물을 가까이 두는 것은 진 행장에게 큰 힘이다. 이에 진 행장이 신 내정자를 추천한 배경을 두고도 벌써부터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10년 이상 CEO에 몸담았던 선배들을 내보내며 조직에 활력을 도모했다. 1960년대생을 경영 전면에 세우겠다는 원칙하에 뚜렷한 경영성과를 낸 1959년생 선배도 자리를 물려줘야 했다. 소위 신한 사태 이후 오랜 시간 정체된 조직의 인사에 숨통이 트였다.

조직은 젊어졌으나 결과적으로 경험은 짧아졌다. 일부 회의에서 토론의 깊이나 질문의 수준이 달라졌다는 아쉬움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그동안 성장하지 못한 후배들이 단시간에 선배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부에선 이를 과도기라고 했다.

대게 인사는 뒷말과 억측을 수반한다. 과도기 인사는 더욱 그렇다. 최근 신한은행 부행장, 본부장급 인사도 그랬다. 인사가 또 다른 인사 코드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많이 아는 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30대에게도 임원을 맡기던 때가 있었다. 조흥은행과 합병한 신한은행이 조직을 확장했던 시절의 일이다. 전문가든 멀티플레이어든 기회가 생기자 인재는 자연스럽게 육성됐다. '사람이 없다'는 지금의 이야기는 그간 정체됐던 신한의 결과이기도, 인사를 위한 인사의 변명이기도 하다는 세평도 나온다.

'지나고 나니 후배들의 길을 너무 오래 막고 있었더라'. 최근 만난 신한의 전직 임원은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함께 컸어야 했는데 혼자 크는데 몰두하느라 시간이 지나는 줄도 몰랐다고 회고했다. 지금 신한이 겪는 과도기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필요한 시간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과도기에 중요한 것은 개인보다는 전체를 위한 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과도기가 올해 말 혼란기로 접어들 수도 있는 지적이다.  (정책금융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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