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중국이 미국의 관세인상에도 과거와 달리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면적인 무역갈등이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너무 큰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시간을 들여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2천억달러 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으며 3천250억달러 어치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위한 작업에도 돌입했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의 수입 규모가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 규모만큼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로 관세 부과 옵션이 제한적이기도 하고 중국 경제가 급격한 둔화 후 불안한 회복세를 보여 중국 지도부의 선택권 역시 제한적이다.

양국의 관세전쟁이 격화하면 위안화 약세로 인해 향후 해외 투자가 억제될 수 있고, 중국이 기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거나 새로운 제품군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중국 경제에 필요한 반도체나 돼지고기, 원유, 비행기 등의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중국 관리들은 관세인상의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마크 우 국제무역학 교수는 "중국은 사태의 악화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협상에 열려 있는 합리적인 당사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지난 10일 무역협상이 교착된 후 협상이 결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영언론에 게재된 영상을 보면 류 부총리는 협상이 "피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에 봉착했다"면서 양국이 향후 베이징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 뉴스사이트 피닉스 뉴미디어를 통해 협상이 좌초된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입장을 번복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최종 합의가 도달하기까지 협상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중국 경제지표와 미국의 협상 의지에 따라 갈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서치업체인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의 아서 크로버 창립 파트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약하게 보이지 않고 미국에 항복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현상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때에 (경제에) 신중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다음 달쯤 이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TS 롬바르드의 보 주앙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발표하는 날이 위안화가 하락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 당국은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7.6위안까지 떨어지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 주 동안 중국이 모든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의 급진적 조치는 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이 대화 재개 일정을 정하지 않았지만 6월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모두 참여할 것으로 보여 협상단은 이때 맞춰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말했다.

주앙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부양책을 철회할 여유가 없다"면서 "무역 합의에서 양보를 줄이려면 계속해서 부양책을 써야 할 것"이라고 전먕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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