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중국이 무역 전쟁의 최후의 수단으로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팔아치울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3일 CNBC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중국이 '자멸적인 핵 옵션'인 미국 국채 매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시장의 의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이슈는 주고받기식의 관세로 미국과 중국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관영언론 편집장이 다시 제기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은 아마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고, 보잉에 대한 주문을 줄이며 중국과의 서비스 교역도 제한할 수 있다"며 "많은 중국 학자들이 미국 국채 투매 가능성과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와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1조1천300억 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상환되지 않은 미 국채 22조 달러 가운데 일부이지만, 외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유가증권의 17.7%에 달한다.

중국이 미 국채시장에서 떠나거나 비중을 줄이면 이론상으로는 다른 국가의 미 국채 매수에 많이 의존하는 미국과 같은 국가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CNBC는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중국이 이같이 극단적인 조치를 할 것으로 시장은 우려하지 않고 있다.

PGIM 채권의 로버트 티프 최고투자전략가이자 글로벌 채권 대표는 "이는 자멸적인 핵 옵션"이라며 "아마 협상 카드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국이 깊이 관여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움직임이 미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중국이 미 국채 비중을 줄이면 달러가 약해지는데, 이럴 경우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의 경쟁력은 높아진다. 또 미 국채수익률이 올라 국채 값이 내려가면 중국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떨어진다.

또 중국은 매각 자금을 어딘가에 둬야 하는데, 미 국채는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과 비교했을 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준다.

야누스 헨더슨의 닉 마로우트소스 공동 대표는 "아직도 미 국채는 안정성이나 안전자산으로 이동, 시세차익 등을 볼 때 최적이어서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이 이동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6개월에서 12개월에 걸쳐 매우 점진적으로 일어날 수 있지만, 빠르게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이미 미 국채시장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줄고 있다. 전체 외국 정부의 미 국채 보유 비중이 2.6% 늘었는데도, 중국은 지난 12개월 동안 4% 줄였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계속되는 논쟁에 이후 러시아도 미 국채시장에서 대거 떠났다. 미 국채 보유 2위인 일본은 지난 12개월 동안 미 국채 보유분을 늘렸고, 브라질도 같은 기간 12.9% 증가에 힘입어 3위로 올라섰다.

중국의 미 국채 매각 이슈가 부상했지만, 주식시장의 패닉성 투매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로 미 국채수익률은 더 떨어졌다.

액션 이코노믹스의 김 루퍼트 글로벌 채권 분석 매니징 디렉터는 "중국은 계속해서 이 문제를 위협으로 삼겠지만, 이는 미국보다 중국에 더 해를 끼칠 것"이라며 "중국의 포트폴리오를 해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고통을 견딘다고 해도 길게 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실제 도구나 전략보다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 글로벌 웰스의 제이슨 드라호 미국 자산배분 대표는 "올해 들어 시장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본다면 매우 강했고, 이런 흐름은 성장률 회복을 가격에 반영한 것"이라며 "무역 긴장이 커져 글로벌 성장을 둔화한다면 시장이 가정했던 만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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