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며 중국의 미국 국채 투매가 또 다른 중국의 보복 수단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당장 현실적인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이란 나라의 특성과 시장 위협 자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중국 관영언론 글로벌 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자신의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많은 중국 학자가 미국 국채를 투매할 가능성과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실제 미국 국채를 투매할 경우 미국 국채금리의 급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1조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미국 국채 발행잔액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투매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뱅크레이트의 그레그 맥브라이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 CBS 방송을 통해 "중국이 미국 국채를 투매할 것이란 우려는 과장됐다"며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면 다른 누구보다 중국에 해로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할 경우 결국,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셔널 내셔널시큐리티의 아트 호건 전략가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투매하기 시작한다면 글로벌 증시도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미국 국채가격이 고꾸라지면서 다른 미국 국채 보유자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연준처럼 중국도 이미 미국 국채 보유 규모를 줄였다"며 "그래서 계속 보유 규모를 줄이는 것은 장기적인 접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고 있어 빠른 속도로 투매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호건 전략가는 "만일 중국이 미국 국채를 빠르게 내다 판다면 연말까지 시장이 조금은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자신들의 이해만으로 중국은 그런 극적인 움직임을 자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서 "미국 국채 매도는 중국의 용감하고 공격적인 결정이겠지만, 그것은 중국 정부가 스스로의 안면을 강타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지난밤 안전자산 선호 흐름으로 급락했다. 10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3.1bp 내린 2.424%까지 떨어졌다.

웰스 매니지먼트의 댄 헤크먼 투자자문사는 "중국의 미국 국채 투매는 글로벌 증시를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며 "역설적으로 안전자산의 수요는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중국의 그런 움직임은 무역 전쟁이 격화한다는 우려를 키울 것이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성장세와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일부에서는 중국의 협상 전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TD 아메리트레이드의 J.J. 키나한 수석 전략가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분쟁을 이어가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 국채 투매를 검토하는 것은 단순한 협상 전술의 일부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크먼 투자자문사는 "중국이 미국 국채 투매 결정을 내린다면 다른 지역의 자금도 재배치돼야 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독일 또는 일본이 차기 안전 피난처인데, 중국이 이들 채권을 사들인다면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당장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의 일부 시그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틴 커리의 킴 카테키스 신흥시장 헤드는 "그것은 고전적으로 스파게티 면이 익었는지 벽에 던져보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 국채를 실제 투매할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지만, 그런 위협은 미국 정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권위주의 국가로서 미국보다 국내 정치에 신세를 지고 있지 않다"며 "미국 국채 투매 시나리오를 거짓 위협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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