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장외시장의 불투명한 거래가 대부분인 외환시장에서도 현대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에 만연한 음성 주문 등은 앞으로 전자 트레이딩으로 사라지고, 딜러들의 숫자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13일(현지시간) 경제지 포브스 등에 따르면 유럽 내 3대 증권거래소인 도이체뵈르제(독일증권거래소)는 최근 전자 외환 트레이딩 플랫폼인 'FX 올(all)'의 인수 절차가 막바지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된다면 도이체뵈르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포브스는 "오랜 시간 구시대적인 영역으로 인식되던 분야가 뒤바뀔 수 있는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외환시장은 거래 규모와 비교하면 거래 과정이 불투명하며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루 최대 5조 달러가 거래되는 외환시장은 대부분이 장외시장에서 체결되고, 거래소 플랫폼보다는 은행과 비공개 고객 간의 협상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많은 주문이 여전히 음성으로 체결되고, 시장의 정확한 거래 규모나 구조를 파악하는 것도 오래된 통계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파악하는 글로벌 외환시장 통계가 그나마 가장 신뢰가 높지만, 이 역시 3년에 한 번만 집계된다.

외환시장은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자신들의 거래 위험을 보호하기 위해 참여하며, 외환 변동성을 대비한 채권 투자자도 관여하는 시장이다.

거래 종류도 현물뿐만 아니라 포워드 거래, 스와프 등 다양하다. 매수자는 대부분 은행으로 구성되고 유동성의 원천인 은행권을 통해 주문을 넣는데, 현금 유동성 날짜 등을 맞추는 데는 거래소보다는 장외 거래가 더욱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는 "당장 이런 풍토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도이체뵈르제는 매수자들이 하나의 은행을 통해서만 음성 주문을 넣는 관행이 중단될 것이라는 데 베팅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서 "매수자는 다수의 딜러를 통해 가격을 수집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에 도이체뵈르제가 인수할 가능성이 큰 FX올은 외환 전자 거래의 40%를 차지하는 대형사다.

선물 등 장기적인 외환파생 계약은 거래 환경이 변하는 것을 막아서는 요인이었다. 만기가 길고 거래 숫자는 작아 사용자들이 전자 트레이딩을 즉각적으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는 거래 규제가 엄격해지며 장외시장을 통한 거래 비용이 늘어나게 됐다. 특히 유럽 규제 당국은 자산운용사가 최상의 가격 조건에서 거래했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전자 거래를 통해 복수의 딜러들과 동시에 거래한다면 거래 비용 감축과 최상의 가격 조건 충족 등을 모두 만족시키게 된다.

또한, 장기 파생거래도 더욱 보편화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유동성도 늘어날 수 있다.

포브스는 이처럼 외환 거래가 전자화되며 딜러 숫자의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체는 "자신만의 거래 알고리즘을 활용해 매매에 나서는 원칙적인 거래 기관에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며 "(기존) 은행들에는 영업 마진을 줄이고 경쟁은 심화하면서 많은 기관이 출구를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은행권이 관행적으로 거래하던 '벌크' 거래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RBC 캐피탈마켓츠는 이와 관련, "1주일 이상의 만기 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까지는 제한적"이라면서도 "(전자화되는) 거래 만기는 계속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브스는 "거래 비용이 줄어들면서 FX 매수자들은 환영할 것"이라며 "유렉스를 소유한 도이체뵈르제도 조만간 외환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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