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전, 실적 악화에도 전기요금 인상은 '신중'



(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1분기 기준 역대 최악의 적자를 냈다.

한전은 올 1분기에 연결 기준 6천29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14일 공시했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손실이 5천23억원(393%) 늘었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볼 때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적자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간 증권사들이 제시한 전망치를 토대로 실시한 컨센서스는 1천285억원 적자였다. 이와 비교해도 적자폭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어닝쇼크' 수준이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7천612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천107억원 증가했다. 매출은 작년 1분기보다 4천576억원 감소한 15조2천484억원이었다.

당기순손실과 매출 컨센서스는 각각 1천210억원과 15조7천47억원이었다.

한전은 실적 악화와 관련, "원전이용률이 큰 폭으로 개선됐고 발전자회사의 석탄 발전량 감소로 연료비가 줄었지만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등 국제 연료가격이 오르며 민간발전사로부터의 전력구입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에 따르면 1분기 원전이용률은 75.8%로 1년 전보다 20.9%포인트(p) 올랐다.

작년 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 씨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발전소 가동이 지금까지 중단됐고 봄철에 미세먼지에 대응하고자 화력발전의 80%만 가동하는 상한제가 시행돼 화력발전은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석탄발전을 줄임으로써 전력구입비가 4천억원 정도 늘었다.

발전용 LNG 공급단가에 적용되는 유가는 현물 시세보다 5개월 정도 시차가 나는데 1분기에 반영된 유가가 고점 수준이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원전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연료비가 4천400억원 정도 절감됐는데 연료로 LNG를 많이 쓰면서 6천600억원 정도 연료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LNG 가격 상승으로 전력시장가격(SMP)도 kWh당 110.0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16.1% 상승했다.

경영 실적이 악화에도 정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주영준 실장은 "전기요금 인상 관련 검토 중인 사항은 없다. 1분기 실적만으로 판단해선 안 되고 분기별 영향을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 부담이 되기 때문에 논의에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순 한전 재무처장도 "전기요금에 대한 별도 검토 사항은 없으며 연간 비용이 확정돼야 전기요금 인상 여부도 알 수 있다"며 총괄원가는 6월까지 정부에 제출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1조204억원과 8천179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2011년과 2012년 전기요금을 인상했고, 2조7천981억원 영업적자를 낸 2008년에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두 차례 올렸다.

정부가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없다고 공언한 터여서 전기요금을 높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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