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가 역대 최장 하락세를 나타냈다.

최근 반등세를 보이며 채권시장에 경기 회복 기대감을 불어넣었던 경기선행지수가 다시 고꾸라지면서 시장의 비관론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15일 OECD 홈페이지에 따르면 OECD가 발표하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2017년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 23개월 연속 하락한 98.99089를 기록했다.

OECD가 통계를 제공하는 1990년 이후 최장기간의 하락세다.

지난 3월 OECD는 한국의 경기 선행지수가 2개월(12월~1월) 연속 반등세를 나타낸 것으로 발표해 경기 회복 기대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이를 다시 23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수정했다.

전문가들은 무역 전쟁의 격화가 OECD 선행지수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저점 전망의 전제조건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라든지 한국 수출 경기 회복"이라며 "무역갈등 타결이 연말까지 지연되면 국내 경기 저점에 대한 논의 자체가 상당부분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미중 갈등만 아니었다면 (경기 반등론이) 유효했다"며 "무역 분쟁으로 심리지표가 악화하고, 장단기 금리차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 선행지수에 좋은 시그널로 작용하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OECD의 한국 경기선행지수는 제조업 경기전망지수와 자본재 재고지수, 주가지수,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장·단기 금리 차, 수출입 물가비율 등 6개 지표를 본다.

다만 국내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가 후퇴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경안의 신속한 통과를 정치권에 촉구했지만 지난달 25일 제출된 추경안은 여전히 처리 일정이 불확실하다.

추경안 자체에 대한 불신도 상당하다. 추경안의 초점이 경기 부양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용, 복지, 환경 등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연구원은 "추경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복지정책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보다 효과가 작을 수 있고, 실제 효과가 나오기까지도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국내외 경기 반등론의 근거가 약해진 가운데 무역 분쟁 상황은 악화일로다.

미국은 지난 10일 2천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25%로 인상했고, 중국은 6월부터 6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상품에 관세율을 25%로 올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미국은 추가로 3천250억 달러에 대한 상품에 대한 최고 25%의 관세 조치를 준비 중이다.

채권시장 내부의 긍정론도 자취를 감췄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의 정치인 출신 대통령이 아니다"며 "중국 다음에는 유럽, 일본까지 줄줄이 (무역 분쟁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 분쟁의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는 알기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국내 실물자본이 베트남 등지로 유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시장의 투기 자본보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한국 경제의 미래가 암울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OECD 한국 경기선행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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