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약 1년만에 1,100원선을 깨고 내려섰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전자 및 중공업체의 네고 물량에 더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자들도 달러 매도에 가세하면서 1,100원선 지지력이 무너진 것으로 진단했다.

외환당국이 최근 잇달아 인위적인 시장 개입 및 규제 강화 가능성을 부인하고 나선 점도 달러 매도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딜러들은 달러화가 1,100원선을 하향 돌파한 만큼 하락 추세를 이어가면서 10원 단위로 지지력 테스트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달러화는 전일대비 5.40원 하락한 1,098.2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화가 1,100원선 아래서 종가를 형성한 것은 지난 9월9일(1,077.30원) 이후 처음이다.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집중된 점이 달러화의 하락을 이끌었다. 장초반부터전자업체 중심의 네고 물량이 달러화를 찍어 누른 데 이어 오후 장에서는 중고업체들이 가세하면서 달러화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여기에 최근 관망세를 유지하던 역외 시장 참가자들도 달러 매도에 가세하면서 하락 압력이 한층 가중됐다.

그리스의 긴축 시한 연장 협상 등으로 유로-달러 환율이 1.30달러선을 회복하는 오름세를 보이자, 역외도 달러 매도에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달러-엔 환율이 80달러를 넘어서는 등 엔화 약세로 엔-원 숏플레이에 따른 달러 매도 물량도 유입됐다.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심이 희석된 점도 달러 매도에 힘을 보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른바 3종 세트 강화 등 추가 규제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전일 국정감사에서 원화의 절상폭이 싱가포르나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달러화 하락에 우호적인 대내외 상황이 조성된 데서 수급도 매도 우위를 점하면서 달러화는 1,100원선을 하향 이탈했다.

1,100원선이 뚫리자, 장중 롱플레이에 나섰던 일부 세력들의 스탑 물량도 더해지면서 달러화는 1,097.70원선까지 저점을 낮췄다.

A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시기상으로 월말이 다가오면서 네고 물량이 많아지는 등 수급 상황이 1,100원선 하향 돌파에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요 지지선이 뚫린 만큼 당분간은 추가 하락 시도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달러화가 곧바로 1,080원선 테스트 등에 나서는 등 하락폭이 가팔라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경제 성장률 둔화 등 고려해야 하는 요인들도 있고, 손절에 나서야 하는 반대 포지션도 많지 않은 상황인 만큼 하락 속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B 시중은의 한 딜러는 "달러화가 추가 하락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하지만 당국도 변동성이나 속도 조절의 필요성은 밝히고 있는 만큼 급한 하락이 나오면 개입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속도 자체는 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C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하지만 "1,100원선 지지력이 뚫린 만큼 수출업체들이 조바심을 낼 수 있다"면서 "결제들이 뒤로 물러나는 전형적인 매수 공백 상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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