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기업의 주주 친화 정책이 강화됐으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정비와 사외이사 추천 인력풀 확보, 단기매매차익반환제도 규정 개선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튜어드십 코드 '원년'…시행착오도 발생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의결했으며, 이후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 연기금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2월까지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은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 등 90여 개에 이른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로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수행하면서 현대그린푸드, 한국가스공사, 현대중공업지주 등 기업이 배당을 확대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감사위원회 설치 등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처음으로 한진칼을 대상으로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면서 경영 참여 주주권을 본격화했다.

국민연금의 반대로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부결되면서 주주들의 선택 때문에 최초로 기업 총수가 이사직을 잃는 사건도 발생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의사결정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연금이 처음으로 한진칼을 대상으로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는 했으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가 일관되지 못했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활동 기준이 불명확해 시장에 일관된 시그널을 주지 못하기도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필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의사결정을 하는 수탁자책임위원회 권한과 진행 방식을 명확히 하고,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가 필요한 내용을 지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추천 주주제안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검토하는 등 사외이사 추천 주주권 행사도 본격화하는데, 사외이사 인력풀을 만들어 제대로 된 인재를 추천할 필요가 있다.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가 현재 자본시장법상 광범위하게 설정돼 주주권 행사를 꺼리는 이유가 돼 소수 임원 제안 등은 예외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에서 단기매매차익반환 규정 제도가 주주권 행사의 큰 제약으로 작용했는데, 내부 정보이용 가능성이 적은 기관투자자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상장회사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투자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꿀 경우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한다.

국민연금 위탁 운용으로 의결권 위탁운용사 이해 상충 문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현재와 같은 투자 일임 방식 주식 위탁뿐만 아니라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한국형 헤지펀드)에도 기금을 위탁할 수도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에 위탁하면 주식보유자의 명의가 변경되기 때문에 국민연금 지분율을 낮추고,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기금이익에만 충실한 주주 활동이 가능하도록 내부 규정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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