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이 확산할지 은행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개선이란 목적 아래 정책적 혜택을 내세워 은행의 커버드본드 발행을 독려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검토 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발행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내년부터 강화되는 예대율 규제를 고려하면 원활한 예수금 확보를 위해 커버드본드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유인은 있어 보인다.

◇ 원화 발행 첫 주자 국민銀…SC제일銀 상반기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일 5천억원 규모의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국민은행의 원화 커버발행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주택담보대출에 기반한 가계대출 규모가 시중은행 중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간 외화시장에서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며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됐다.

SC제일은행도 이르면 상반기에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선다. 현재 내부검토를 거쳐 필요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도 최근 시장금리 상황을 고려해 발행 여부를 타진 중이다.

은행권의 이런 변화는 금융당국이 커버드본드를 예수금 1%까지 인정해주기로 한 정책에서 촉발됐다.

내년 1월부터 가계대출의 가중치는 15%로 올리고 기업대출은 15%로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한 강화된 예대율 규제를 적용받는 은행들은 연내 충분한 예수금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고금리 특판 예금을 잇달아 선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도 크게 늘었다. 국민은행만 해도 올해 3조4천억원, 신한은행은 2조8천억원 수준의 CD를 발행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도 1조원 넘는 CD를 발행했다.

은행채 발행은 은행마다 전략이 상이하다. 하지만 자금조달면에서 은행채와 더불어 커버드본드 발행은 차별화된 전략이 될 수 있다.

A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커버드본드 발행 전면에 나선다면 다른 은행들도 일정수준 이상 따라올 가능성이 크다"며 "상반기 내 한두 차례 정도의 커버드본드 발행이 더 있고, 이들의 금리가 특수채보다 매력적으로 발행된다면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4대 시중銀, 예수금 필요 규모만 3조원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예수금은 약 263조원이고, 신한은행은 216조원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218조원과 213조원이다. 커버드본드 최대 인정 비율 1%를 적용하면 각각 2조원까지는 예수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이들의 예대율은 국민은행이 98.2%로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은 97.3%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96.6%와 96.9%로 아직 여유가 있다.

연내 가계여신과 기업여신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달라진 예대율 규제 아래서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예대율은 10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99%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은 4대 시중은행이 예대율을 97%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한 예수금으로 3조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증권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국민은행에 가장 많은 예수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한은행과 함께 각각 1조원 수준으로 예수금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5천억원 수준의 예수금 확대가 예상된다"며 "예금확보가 우선이겠지만 고유동성 자금을 늘리는 차원에서도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유인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은행들 사이에선 금융당국 차원의 유인책을 좀 더 바라고 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계산할 때 현재 레벨 2A 자산으로 취급받는 커버드본드가 레벨 1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 등이 그 예다.

C은행 관계자는 "연내 충분한 예수금 확보는 은행마다 당면과제지만 커버드본드로 이를 충당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면서 "은행이 5년 이상, 7년, 10년물을 자유롭게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은 단순한 시장금리 추세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커버드본드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이런 문제의식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정 은행이 총대를 멘다고 하더라도 유통시장이 견조하게 조성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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