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지난 4월 중순 1,140원 전후에서 움직이던 달러-원 환율이 1,190원 근처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최근 경제지표 둔화에도 한국의 펀더멘털 자체가 나쁘지 않은 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권투자자금 이탈도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흐름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1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으로 외국인이 우리나라 상장채권에 투자한 규모는 112조2천224억원(금융감독원 기준)이다.

월간 단위로 보면 지난해 8월(114조2천823억원)을 제외하고 사실상 '역대급'으로 우리나라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월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채권을 계속 순매수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에만 2조3천358억원의 채권을 쓸어갔다. 지난 13일에도 1조100억원 규모의 통안채를 챙겼다.

따라서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10조6천억원 규모의 국채도 무리 없이 외국인이 재투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외국인은 채권을 팔든, 만기에 상환을 받든 받은 돈(원화)을 달러로 바꿔서 나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환율 상승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같은 원화라도 이전과 비교해 더욱 적은 달러를 쥐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오히려 외국인이 우리나라 채권의 매입을 늘린다는 것은 결국 2가지 이유로 나뉜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3% 감소하는 등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기저효과라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깜짝' 성장률인 1.0%를 기록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1분기 낮은 성장률을 발판으로 2분기 '깜짝'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출도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반도체 가격의 반등이 이뤄지면서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부침은 있지만 83개월째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고 외화보유액도 4천억달러가 넘어간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지난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후 기자들과 만나 "수출은 하반기로 갈수록 반도체 수요 회복에 힘입어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전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우리나라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같은 달러를 쥐고 있다면 더 많은 원화 채권을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투자는 최근 외국계 운용사 등에서도 볼 수 있는 투자방식으로 알려졌다. 향후 환율이 다시 낮아지면 외국인은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채권이 아닌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코스피에서 외국인 보유지분 비중은 지난 14일 37.27%로 1개월 전인 4월 15일의 37.20%보다 오히려 늘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는 과정에서도 증권자금 이탈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만 원화의 가치를 비관적으로 보고 해외에서는 지금의 약세가 과도하다고 본다"면서 "결국은 원화는 다시 제자리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경제가 과거보다 전반적으로 어렵긴 하지만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을 보면 괜찮은 편"이라며 "외국계에서는 원화보다 상대적으로 덜 평가절하된 싱가포르달러와 타이완달러를 매도하고 원화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은 36.58bp로 아일랜드(32.45bp)와 캐나다(33.18bp) 등과 비슷하다. 홍콩(38.32bp)과 태국(38.55bp)보다는 낮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황을 볼 때 유로화가 더 약세로 가긴 어려워졌기 때문에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기에는 부담스럽다"면서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도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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