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명실상부한 LG그룹의 최상위 자리에 올랐다.

고(故) 구본무 회장 타계 이후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지 11개월 만이다.

정부의 '공인'을 통해 총수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했지만,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큰 짐도 지게 됐다.

공정위는 15일 LG그룹의 동일인으로 구광모 회장을 지정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고 구본무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후 구 회장이 같은 달 별세했지만 변경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동일인 사망 등의 이유로 중간에 변경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전례를 따랐다.

상속·인사 문제 해결에 이어 정부의 공식 인증이라고 할 수 있는 동일인 지정을 받으면서 구광모 회장은 명실상부한 그룹 총수의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창업주 구인회 회장 이후 이후 4세대인 동일인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구 회장의 사업 능력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설 전망이다.

그는 창업주 구인회 회장과 같은 만 40세에 LG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그러나 구인회 회장은 1931년 그룹 모태인 구인회상점을 설립한 이후 줄곧 기업을 이끌었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세대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경우 부친이 뇌종양으로 갑자기 별세하면서 만 45세의 나이로 회장직에 올랐으나 '준비된 총수'였다.

만 25세 때 교사 재직 중 부친의 부름을 받아 그룹 모회사인 락희화학 이사로 취임하면서 사실상 곧바로 그룹 경영에 참여했고, 이후 1970년 럭키금성그룹 회장에 취임할 때까지 약 20년간 경험을 쌓았다.

전임 구본무 회장 역시 만 30세에 ㈜럭키에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년간 과장, 부장, 이사, 상무, 부사장, 부회장 등의 직위를 차례로 거치면서 경험을 쌓다가 만 50세에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반면 구광모 회장은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해 LG전자와 ㈜LG를 거치며 과장과 차장, 부장, 상무 등으로 고속승진한 후 지난해 회장직에 오르기까지 경험을 쌓은 기간이 12년에 그친다.

구광모 회장은 중국 추격에 따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수익성 악화와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 지속, 미래 먹을거리 사업이 전장사업의 수익성 악화라는 어려운 숙제도 해결해야 한다.

LCD 패널 사업이 중국 후발업체의 거센 추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올해 1분기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만에 적자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1분기에 6년 만에 첫 영업손실을 내면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 뒤 3, 4분기에는 흑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위기감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부문은 적자를 이어가면서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부문은 영업손실 2천35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2017년 2분기 이후 8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LG전자는 국내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고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TV 전략·마케팅 분야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권봉석 HE사업본부장(사장)에게 스마트폰 사업도 총괄하도록 하는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미는 전장사업은 신규 투자를 지속하며 올해 1분기 15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아직 흑자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전장 시장에서 종합 서비스를 통해 영향력을 높여 가는 것도 과제다.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도 풀기 어려운 과제다.

LG그룹은 새 회장이 선임되면 전 회장의 형제들이 독립하는 것이 전통이다.

이는 1992년 희성그룹과 1999년 LIG그룹, 2000년 아워홈, 2003년 LS그룹, 2006년 LF그룹의 계열분리로 이어져 왔다.

이들 회사는 건설이나 유통, 정유, 전선, 보험 등 LG그룹의 주력사업과 업종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계열분리가 수월했다.

그러나 구본준 부회장의 경우 LG그룹에서 분리할 수 있는 계열사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상사가 가장 확률이 높다는 진단이 나오는데, LG상사만 분리하면 독립적인 매출을 일으키기 쉽지 않아 LG이노텍이나 LG유플러스 등 캐시카우가 함께 따라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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