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진그룹 동일인(총수)을 직권으로 조원태 한진칼 회장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시대상·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발표 브리핑에서 "한진그룹 내부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직권으로 지정했다"며 주요 의사결정에서의 영향력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날 59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이 가운데 32개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정했다.

한진그룹 외에 LG그룹 총수를 구광모 회장으로, 두산그룹 동일인을 박정원 회장으로 바꿔 지정했다.

다음은 김성삼 국장과의 일문일답.

-- 조원태 회장으로 직권 지정한 근거와 구광모, 박정원 회장으로의 변경이 받아들여진 이유는.

▲ 한진은 조양호 회장 별세로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내야 하는데 5월 3일에 내부 의사 합치되지 않았다고 통보했다. 동일인 지정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공정거래법 14조 4항에 따라 공정위가 특수관계인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특수관계인 중 조원태 대표이사에게 자료제출 요청해 친족현황, 소속회사, 소속회사 주주현황, 위임장, 확인서에 자필로 서명해 내라고 했다. 14조 4항에 따라 직권으로 지정했다고 보면 된다.

구광모 회장이 지주사 회장으로 LG그룹 전체를 지배한다고 봤고 박정원 회장도 핵심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점을 고려했다.

-- 현대차그룹에 정몽구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의사 소견서 요청 안 했나.

▲ 요청했다. 정몽구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의사 소견서 받았다.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 자필서명, 의사소견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대차그룹 동일인을 정몽구 회장으로 유지하기로 판단했다.

-- 공정위가 조원태 회장을 직권지정한 것은 한진이 조원태 회장을 차기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 한진은 내부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공정위가 직권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원태가 인감, 자필서명을 냈기 때문에 한진이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면 조원태 회장이 책임을 지게 된다.

-- 조원태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이 아니고 공동대표이사 사장이다. 실효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 한진의 경우 지주사로 변경하면서 정점에 한진칼이 있다. 조원태 회장이 공동대표긴 하지만 대표이사고 한진 쪽 우호지분을 합치면 지분이 많은 상황이다. 지분이 낮다고 하더라도 투자 결정 등 업무와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보면 현시점 기준으로 조원태 회장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봤다.

-- 한진이 낸 자료 조현아 씨나 조현민 씨가 사인해야 하는 자료가 있나?

▲ 없다.

-- 중간에 총수가 바뀔 경우 어떻게 되나.

▲ 5월 15일 이후 동일인 변경 신청을 한다면 공정위가 지배력 행사요건을 봐서 바뀐 동일인이 한진 동일인에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

-- 한진으로부터 선친의 지분 상속 계획 안 받았나.

▲ 현시점 기준으로 지분을 판단했다. 상속이 올해 10월쯤 마무리될 거 같은 상태인데 10월을 예상해 지정하긴 어렵다. 이번 지정과 관련해 지분과 관련한 어떤 자료도 요구한 적 없다.

-- 지난해 삼성 동일인을 변경할 때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 등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의선 부회장도 현대모비스 합병 철회 등 주요 의사결정을 했는데.

▲ 기존에 있던 동일인을 새로 바꾸는 건 시장 영향이 커서 중대·명백한 사유가 발생해야 한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의식불명이라 의사결정 못한다고 판단해 변경했다. 현대차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관련자를 통해 지배력 행사한다면 동일인으로 볼 여지가 많다. 정의선 회장이 밖으로 드러난 액션을 취했지만 정몽구 회장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 개연성도 있어서 정몽구를 동일인으로 유지했다.

-- 이번에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낸 곳이 어디인가.

▲ LG, 두산, 한솔에서 제출했다. 실제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동일인이 바뀌어야 한다며 언론에서 지적된 곳 중 제출된 곳은 없다.

-- 네이버는 이번에 동일인 관련 의견 제시하지 않았나. 4세대로 넘어가며 친족 범위가 넓어지는 등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 네이버는 올해 동일인 지정 관련해 변경 신청을 내지 않았다. 동일인이 4세대로 넘어가면서 친족 관계 범위가 달라지고 이 과정에서 전문경영인이 나올 수도 있다. 특별한 변화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보다 현재 기업집단을 구성하는 기업들의 행태가 변해야 한다고 본다.

-- 신흥 IT기업들은 상호출자도 안 하고 채무보증 문제도 없다. 기업집단 관련 사전 규제를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 기업집단 관련 법상 지정이 제외되는 것은 금융결합집단, 동일인이 금융사인 경우, 회생절차에 들어간 경우, 공기업집단인 경우고 나머지는 대기업집단 지정이 된다. IT 관련이라고 지정이 제외될 필요성은 없다.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은 최소한의 규제라고 본다. 그룹으로 돼 있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약하고 동반 부실화 우려가 있어 최소한의 장치로 상호출자, 채무보증 등을 두고 있다.

-- 총수 지정하는 근거 법에 규정되지 않는다. 이걸 법적으로 명문화할 계획은.

▲ 법에 동일인을 규정하지 않고 있고 간접적으로 동일인 중심으로 정한다고만 하고 있다. 동일인은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하는 사람으로 한다. 그룹마다 사정이 달라 지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투명성,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정 절차와 관련된 보완 방안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조원태 회장이 지정되면서 편입된 계열사가 있나.

▲ 동일인이 변경되면 친족6촌, 인척4촌으로 계열사를 짜는데 조원태 회장이 지정되면서 서화무역이 추가됐다. 동일인 직접 지분은 없고 처가 쪽 먼 친척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총액 1억 미만인 회사다. 한진이 지주사로 전환하다보니 동일인이 바뀌어도 계열범위가 확 바뀌진 않는다.

--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 코오롱그룹 이웅렬 전 회장은 왜 동일인 지위가 유지됐나.

▲ 해당 기업집단에서 변경 신청을 안 했고 현 시점에서 그들이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판단했다.

-- 현대차그룹의 자필서명이 늦은 이유는. 건강상의 이유 때문인가.

▲ 회사 내부에서 결재를 받는 등의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추측한다. 건강상의 이유 때문으로 보지는 않는다.

-- 동일인을 지정할 때 변경 신청을 해야만 바뀌나. 정몽구 회장의 의사 소견서가 조작됐을 가능성 등은 조사 안 하나.

▲ 관행적으로 기업측 의사를 존중하는데 기업의 결정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공정위가 바꿀 수 있다. 작년 삼성의 경우도 실질적 경영권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직권으로 변경했다. 변경 신청서가 제출돼야만 하는 건 아니다.

법상으로는 허위자료인 경우 벌금을 내도록 하는 규정만 갖고 있다. 중대·명백한 사정변경이 있지 안하은 상황에서 조사를 벌이는 것은 부적절하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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