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위안화를 절하하고 미국채를 매각할 수 있지만, 표면적으로 그렇게 보일 뿐 실제로는 중국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훨씬 크다고 배녹번 글로벌의 마크 챈들러 수석 스트래티지스트가 진단했다.

챈들러 스트래티지스트는 15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채를 팔 수 없다거나 위안화를 절하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라면서 "이러한 방법은 지겨울 정도로 검토됐으나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런 비용이 종종 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관세를 줄이지 않으면 우리가 보유한 미국채를 매각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상상해보라"면서 "트럼프는 어떤 조언을 받을 것 같은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챈들러 스트래티지스트는 이어 중국은 이런 방법으로 미국을 협박할 수 없다"면서 "달러채 시장과 미국채 시장은 중국의 시장보다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실제로 미국채를 판다고 해도 시장이 이를 흡수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역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중국이 미국채를 매도하면 미국에 피해를 주지 못하고 스스로 피해만 입게 될 것이라고 챈들러 스트래티지스트는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채를 실제로 매각한다고 해도 마땅한 대체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면서 금을 산다고 가정해도 미국채 보유분이 5년간 금 생산량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 밖에도 챈들러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이 미국채를 보유하면서 단순히 이자만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민은행이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채 보유에도 국내적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외채가 2조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단기채가 60%여서 올해 상환해야 하는 것이 1조2천억달러 수준이며 대부분 달러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설 수 없는 것도 높은 비용 탓이며 이 때문에 지난 25년간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서지 않았다고 챈들러 스트래티지스트는 주장했다.

고의로 위안화를 절하하면 위안화 국제화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워지며 국내적으로는 물가도 올라 인민은행의 정책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챈들러 스트래티지스트는 위안화가 소폭 절하돼도 중국 경제나 중국 수출품의 매력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정책담당자들이 달러-위안이 6.7~7위안 범위에서 거래되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범위의 하단이 다소 흐려지기는 했지만 지난해 많은 기간 달러화는 거의 6.7위안 아래서 거래를 마감했다고 덧붙였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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