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창업주의 증손주 세대가 잇따라 기업집단 동일인에 지정되고 있다.

자녀 세대가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동일인 지위는 기존 총수가 유지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재계의 세대교체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기존 동일인이 사망해 동일인 변경 사유가 발생한 LG그룹과 한진그룹, 두산그룹의 동일인을 각각 구광모 회장, 조원태 회장, 박정원 회장으로 변경해 지정했다고 밝혔다.

구광모 회장과 조원태 회장, 박정원 회장은 모두 창업 회장인 구인회 회장과 조중훈 회장, 박두병 회장의 손자다.

구광모 회장의 경우 구인회 회장과 구자경 회장, 구본무 회장에 이어 회장직에 올라 4대로 분류된다.

박정원 회장 역시 박두병 회장의 부친인 박승직 창업주부터 따지면 두산가 4대다.

공정위가 1987년 기업집단 동일인 지정을 시작한 이래 4세대 총수가 등장한 것은 구광모 회장과 박정원 회장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삼성과 롯데의 동일인이 변경되며 2·3대가 경영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삼성과 롯데의 동일인을 각각 이건희 회장, 신격호 명예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각각 2대와 3대로, 불과 5년 사이에 기업집단 동일인 5명이 바뀐 것이다.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는데도 동일인이 변경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3·4대의 부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통상 총수가 실질적으로 경영에 나서지 않더라도 사망 전까지는 기존 총수가 동일인 지위를 유지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동일인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남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이름은 오르지 않았다.

효성그룹과 대림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코오롱그룹, 태영그룹, 동원그룹 등도 총수 퇴진을 발표했지만 기존 동일인이 그대로 명단에 남았다.

지난해 공정위가 병상에 누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대신 이재용 부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듯, 내년에는 이들 기업집단의 동일인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

승계작업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조현준 부회장이 변경 지정될 확률이 높을 전망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정주영 창업주의, 조현준 부회장은 조홍제 창업주의 손자로 3대다.

코오롱 그룹 역시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손자인 이웅렬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데 따라 이웅렬 회장의 장남이자 4세인 이규호 전략기획 담당 전무가 향후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3세인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도 대림그룹 총수이자 동일인인 이준용 명예회장 대신 지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창업 3·4대인 이들이 경영 전면으로 부상하며 재계 총수들의 나이 역시 젊어지는 추세다.

이재용 부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각각 51세와 57세로 50대다.

구광모 회장은 41세, 조원태 회장은 44세로 40대 총수다.

주요그룹 중 10년 넘게 총수 자리를 지키고 있는 60대 이상 총수는 허창수(71) GS그룹 회장, 김승연(67) 한화그룹 회장 정도다.

mr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