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중국이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합의를 통한 해결을 원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애국심을 고취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13일 대미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영언론을 통해 강경한 논평을 쏟아냈다. 중국 경제가 강하다는 점을 어필하고 자국 시민들이 심각한 무역 전쟁에 대비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영 CCTV는 저녁 뉴스를 통해 무역 전쟁이 중국에 "별거 아니다(no big deal)"라면서 중국이 "어려움을 헤치고 고통을 기회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이 미국에 맞서 '인민의 전쟁'에 직면했다면서도 미국에 대항할 조치가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료들은 미국에 협상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며 더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러시아를 방문한 지난 13일 미ㆍ중 무역협상에서 '중요하고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면서 양국이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가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과도한 애국주의 열기가 확산하는 것은 막으려는 동시에 국내의 애국심을 이용하겠다는 전략이어서 이같은 엇갈린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 소재 SOAS 차이나인스티튜트의 스티브 창 디렉터는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써 시진핑 주석은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면서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할 여력은 없지만, 이것이 그가 합의를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전보다 '무역 전쟁'이란 표현을 더 자주 쓰기 시작했다.

인민일보는 지난 6주 동안 '무역 전쟁'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지난 5일 동안 4건의 기사에서 '무역 전쟁'을 언급했다.

CCTV의 유명 저녁 뉴스프로그램인 '신웬랸보'에서는 논평을 통해 "5천년의 비바람을 겪은 후에 중국이 이전에 목격하지 못한 것이 어떤 것이 있겠는가"라고 묻고는 무역 전쟁은 미국이 도발했다고 지적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도 중국어판 사설에서 "국가 전체와 모든 인민이 한꺼번에 위협받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이것은 분명 '인민의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언급은 영문판에는 빠져 가장 단호한 수준의 발언은 중국인만을 겨냥한 것 같다고 WSJ은 지적했다.

sm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