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기자 = 금융당국이 427개에 달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를 추가로 발견했다. 이를 보유하고 있던 증권사 4곳에는 추가 과징금 12억원이 부과됐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정례회의를 열고 금융감독원 조사과정에서 추가로 밝혀진 이 회장의 차명계좌 427개를 보유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에 12억3천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008년 4월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검사 판결에 따라 밝혀진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보유한 증권사 4곳에 33억9천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해 8월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당시 밝혀지지 않았던 차명계좌 427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2008년 특검 이후 추가 차명계좌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삼성물산 공사 대납 이슈와의 연관성 여부는 저희가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2017년 11월 국회의 요청으로 이 회장의 차명계좌 인출 해지 적정성에 대해 점검하는 과정에서 추가 차명계좌가 드러나 금융당국 차원에서 조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 측은 금감원의 요청으로 특검 당시 드러나지 않았던 400개의 차명계좌 내역을 제출했지만, 자금흐름 분석과정에서 추가로 37개 계좌가 발견됐다.

427개 계좌 중 법제처 해석에 따라 금융실명법상 과징금 부과 대상인 1993년 8월 이전 개설계좌는 총 4개 증권사 9개 계좌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1월 말 9개 계좌에 대해 검사를 했다. 해당 계좌에는 1993년 당시 금융자산으로 22억4천900만원이 있었다. 현재 이들 계좌는 대부분 잔액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별로 신한금융투자 내 2개 계좌에 8억8천만원이 있었다. 이번에 발견된 차명계좌 중 가장 큰 규모다. 또 한국투자증권 계좌 3개에는 7억2천500만원, 미래에셋대우 3개 계좌에는 5억8천100만원, 삼성증권 계좌 1개에는 6천300만원이 있었다.

과징금 12억3천700만원은 당시 금융자산 가액 50%에 미납 과징금 10%를 더해 산정됐다.

해당 증권사들은 우선 과징금을 납부한 뒤 이 회장 측에 구상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34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됐을 때도 증권사들은 구상권을 행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천징수 의무는 4개 증권사에 있다"며 "지난번과 동일한 절차로 증권사가 과징금 납부 후 구상권 통해 돈을 받아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위는 이 회장에 대해 이들 증권사에 개설된 9개 차명계좌를 본인 실명으로 전환할 의무가 있음을 통보할 예정이다.

다만 병세가 악화해 현재 의식이 없는 이 회장이 명의변경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금융당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제처 해석에 따라 의무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금융위로서는 최대 조치"라며 "금융기관에 해당 계좌가 차명임을 고지했기 때문에 더는 차명계좌 명의로 거래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신한금융투자가 발행 어음 인가 신청을 할 경우 이번 제재가 영향을 줄지에 대해선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되고자 6천600억원의 우선주 유상증자를 했다. 오는 하반기에는 금융당국에 관련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가 신청이 들어오면 검토해야 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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