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금융당국이 KB증권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내주기로 하면서 발행어음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KB증권은 전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승인받아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세 번째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게 되면 증권사가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KB증권은 다음 달부터 발행어음 판매에 돌입하며 연내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현재 발행어음 사업을 하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수신 잔고는 각각 5조원과 3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추가 발행어음 판매 규모를 고려하면 연말까지는 발행어음 시장 규모가 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약정 수익률을 제공하는 발행어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7년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내주며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초대형 IB들이 각종 조사와 제재를 받으면서 실질적인 시장 성장은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다.

KB증권은 2017년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지만, 현대증권 시절 불법 자전 거래로 1개월간 랩어카운트 영업이 정지된 것이 발목을 잡아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이번에도 당국의 승인 과정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은행권 채용 비리 수사가 자본시장법상 심사중단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인가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최종 인가를 받게 됐다.

자기자본 기준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장기화하면서 사업 신청서를 내지 못했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발생한 배당사고 등으로 새 사업 진출에 발목이 잡혔다.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 대출 문제도 발행어음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발행어음 사업에서 당장 많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사업 다각화와 장기적인 수익 측면에서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분야"라며 "미래에셋대우나 삼성증권도 사업 진출에 발목을 잡는 요인들이 해소되면 적극적으로 사업을 위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등 초대형 IB 외에 신한금융투자나 메리츠종금증권 등도 자본 요건이 충족되는 대로 발행어음 사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초대형 IB들이 여러 이유로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지만, 요건을 충족하면 인가를 내준다는 것이 당국의 방침"이라며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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