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와 롯데카드의 지분 매각을 논의하고 있는 롯데지주가 여전히 지분 파킹설에 시달리고 있다.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롯데지주가 사모펀드에 롯데카드 지분을 일단 넘긴 후 지주사 요건을 갖춰 향후 지분매입을 다시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가 한앤컴퍼니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하나금융이나 우리금융과 같은 금융사에 매각할 경우 되사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성장 과정에서 알짜계열사를 시장에 공개해 매각한 적이 없다.

이번 롯데카드건 역시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오는 10월까지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취지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이 카드사에 애착을 보여왔고 한 번도 매각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지분 파킹설은 힘을 얻는다.

더구나 금융회사를 경영해본 경험이 일천한 사모펀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금액에 지분 인수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시장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80%를 1조4천400억원에 인수키로 하고 본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베팅한 금액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애초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등 유력한 인수 후보군은 롯데카드 매각지분의 가치를 최대 1조원가량으로 측정했다.

이는 시장에서 잠재매물로 평가받는 삼성카드의 시가총액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한 인수가격이 2조 원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과 대조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이나 보유가치 등을 따져봤을 때 삼성카드는 롯데카드와 비교될 수 없는 수준"이라며 "1조4천400억원에 롯데카드를 인수하느니 향후 삼성카드가 매물로 나오면 기다렸다 도전하는 게 인수자 입장에서는 유리하다"고 전했다.

삼성카드는 현재 카드업계에서 시장점유율 3위(16.6%)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3천45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롯데카드는 시장점유율 9.7%로 6위이며 지난해 1천1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업계 영향력이나 인수 후 영업환경 면에서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격차가 크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에 대주주 적격 판단을 내릴지도 미지수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은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시장경제에서 사모펀드가 카드사를 인수하는데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모든 사안을 고려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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