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190원대까지 연고점을 높인 가운데 역내 수급도 환율을 받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업체들이 달러-원의 추가 상승을 기대해 네고 물량을 내놓는 것을 연기하는 '래깅(lagging)' 전략을 쓰면서 역내 매도 사이드가 상당히 약화됐기 때문이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A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네고 물량이 신기하다 할 정도로 없다"며 "네고가 어느 정도 유입돼야 달러-원 레벨이 떨어질 텐데 네고가 없으니 (달러-원) 하락 요인도 크게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지난 한달간 약 50원 이상 급등한 달러-원 환율을 누를 수 있는 네고 물량이 거의 나오지 않으며 오히려 달러-원을 지지하는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B 시중은행의 콥딜러는 "달러-원 레벨이 오르다 보니 네고가 안 나오는 상황이다"며 "1,190원대를 근접 및 돌파한 이번 주에는 물량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환딜러들은 급한 네고 물량은 달러-원이 1,140~1,160원 수준일 때 대부분 처리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B은행의 콥딜러는 "달러-원이 1,140~1,150원대일 당시 고점이라는 인식에 처리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C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도 "수출업체들의 환전이 급하지는 않은 상황이다"며 "환율 상승에 조급해하기보다는 고점을 확인하고 들어가자는 심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여분의 네고 물량을 보유한 업체들은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1,200원을 뚫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있는 만큼 달러-원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달러-원의 1,180원대가 깨질 경우 남은 네고 물량이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편 수출이 부진하면서 네고 물량 자체가 줄어든 측면도 물량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달러가 시중에 안 풀려서 외환시장의 달러 유동성이 더욱 타이트한 상황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수입업체들의 결제 물량 처리도 달러-원의 상단을 높이는 재료다.

결제 시기에 맞춰 기업체들이 결제를 진행해야 하는 만큼 매수 수요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 부분의 개인 고객들은 여전히 달러 강세에 베팅하면서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D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결제는 시기에 맞춰서 해야 하는 만큼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1,200원을 기대하고 들어오는 개인, 기업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지난달 말에는 네고 물량이 조금 있었으나 5월 들어서는 거의 실종된 상태다"며 "오히려 수입업체들이 달러-원이 더 오르기 전에 결제 물량을 일부 내놓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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