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수년간 지속된 유통규제에 성장 모멘텀을 잃었고, 쿠팡 등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지면서 폐점위기에 놓인 점포들이 속출하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롯데슈퍼는 올 1분기 매출이 4천7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영업손실도 100억원에서 175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보다 점포가 15개나 감소한 데다, 매장을 찾는 고객 자체가 줄어들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롯데슈퍼는 2017년 20억원의 영업적자로 창사 이후 첫 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는 적자가 621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그 손실 폭이 확대돼 1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 2위 GS슈퍼마켓도 1분기 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 했다.

GS리테일은 편의점 사업에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6% 증가하며 268억원을 시현했지만, 슈퍼마켓 부문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리면서 1분기 실적이 부진했다.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매장 수가 줄어드는 등 영업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SSM은 대규모 할인점과 동네 슈퍼마켓 중간 크기의 식료품 중심 유통 매장으로, 할인점과 비교하면 부지 소요 면적이 작고 출점 비용이 적게 들어 차세대 유통모델로 주목받으며 2000년대 들어 급증했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달리 주거지에 가까이 위치하고 영세슈퍼보다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는 점 때문에 정부규제가 강화되면서 점차 성장이 정체하기 시작했다.

출점 제한, 월 2회 의무휴업 등이 시행된 지 7년 동안 SSM 업체의 매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임대료 상승에 따른 운영비 부담이 커지면서 급격히 쇠락했다.

소비패턴 변화로 쿠팡 등 이커머스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면서 고객 수가 급감한 것도 부진의 원인이다.

슈퍼마켓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어렵다고 해도 규모의 경쟁에서 아직 수익을 내고 있다면서 "온라인 업체와 가격 할인 경쟁을 벌인다면 원가율이 훼손되고 적자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생존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점포 구조조정에 나서는 동시에 수익성 제고를 위한 차별화된 전략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롯데슈퍼는 매출이 부진한 점포를 폐점하고 효율이 높은 점포를 중심으로 객단가를 개선하는 한편, 조직 슬림화 및 인력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온라인 새벽 배송을 확대하고 온라인 물류센터를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GS슈퍼는 온라인몰 GS프레시와 편의점 GS25와의 연계 영업을 늘리고 즉석조리매장 개편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도 고객이 구매한 상품들을 이륜차로 가정까지 배달해주는 '부릉 프라임'을 통한 신선·배송 강화로 매출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는 정부규제나 최저임금 상승 등에 따른 타격이 커 앞으로도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슈퍼만의 장점을 살린 차별화에 나서지 못한다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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