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미스터리' 쿠팡
[데스크 칼럼] '미스터리' 쿠팡
  • 고유권 기자
  • 승인 2019.05.16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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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항상 대화는 쿠팡으로 귀결된다. 최근 소비·유통 분야 투자에 관심이 부쩍 늘어난 사모펀드 인사들을 만나도 쿠팡은 대화의 단골 주제다. 사업을 시작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쿠팡은 여전히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값싼 물건과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거침없는 폭풍 성장을 이뤄낸 데 대한 시기와 질투도 읽힌다. "얼마나 잘하겠어?" 하면서 무시하던 태도들은 온데간데없다. 팔면 팔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앞만 보고 진군하는 공격경영에 혀를 내두른다. "도대체 어디까지 갈까?"에 대한 관심들이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시장 생태계를 다 망쳐놓고 있다는 지적은 빼놓지 않는다. 그동안 전통적 유통시장의 강자로 군림해 온 곳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상태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쿠팡이 매출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불과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이면에는 글로벌 벤처캐피탈 등의 금융자본이 있다. 2011년 매버릭캐피탈과 알토스벤처스는 2천만 달러를 쿠팡에 투자한다. 2014년에는 세쿼이아캐피탈과 블랙록이 각각 1억 달러와 3억 달러를 내놨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2015년 10억 달러에 달하는 뭉칫돈을 과감히 투자했다. 지난해에도 블랙록과 피델리티, 웰링턴 등이 2억3천만 달러를 투입했다. 소프트뱅크가 중동 국부펀드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운용하는 비전펀드는 20억 달러를 넣었다. 2010년에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에 글로벌 금융자본이 투입한 돈만 4조원이 넘는다. 한국 벤처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현재 111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2022년 2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정치만 놓고 보면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 과감하게 투자한 만큼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금융자본은 판단했을 것이다. 기업공개(IPO)를 하든 지분을 매각하든.

쿠팡은 한국 기업일까. 비상장사인 쿠팡이 1년에 한 번 금융감독원에 공시하는 감사보고서를 보면 쿠팡의 모기업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쿠팡LLC다. 쿠팡LLC는 쿠팡 지분 100%를 가진 최대주주다. 쿠팡LLC의 주주 구성이 어떻게 돼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자들이 돈을 댄 만큼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이들이 돈을 대면서 쿠팡과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는지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IPO를 하기 전까지 쿠팡이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알 길은 없다. 쿠팡이 왜 '진격 앞으로'의 최전선에 서게 됐는지를 이러한 뒷배경을 통해서만 추정할 뿐이다.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왔으면 어떤 식으로든 원금과 이자를 돌려줘야 한다.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이자가 높을수록 좋을 것이다. 더더군다나 막대한 자금을 통 크게 빌려줄 때는 더 큰 조건을 내거는 게 월스트리트의 상식이다. 금융자본이 자선사업가는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쿠팡이 아직 투자자들에게 뭔가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2014년 3천484억원이던 쿠팡의 매출은 지난해 4조4천227억원으로 11배 이상 커졌다. 폭풍처럼 성장한 매출과 달리 영업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4년 1천215억원이던 손실은 이듬해에 5천470억원으로 불었고, 작년에는 1조970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매년 적자를 거듭하다 보니 결손금만 3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가 20억 달러를 투입하지 않았다면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을 정도다. 장사할 밑천을 다시 수혈받은 셈이다. 쿠팡의 재무상황만 보면 좀비기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데도 어떻게 계속 장사를 할 수 있을까. 사모펀드의 고위 인사가 전해준 말은 의미심장하다. "물건을 떼와서 팔 때 판매대금은 늦어도 10일 안에 들어오지만, 물건을 대준 곳에는 석 달쯤 뒤에 대금을 주는 게 통상적이다". 매출이 커지면서 당장 융통할 현금은 꾸준히 들어오니 일종의 '시차 돌려막기'로 일단 버틸 수는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이 공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작년 말 기준 매입채무는 6천442억원, 미지급금은 7천147억원에 달한다. 물건을 대 준 곳에 갚아야 할 돈만 1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쿠팡은 인터넷상에서 단순히 물건 구매를 중개해 주는 게 아니라 대부분 직매입해 팔고 있다. 직매입 비중은 90%에 달한다. 판매하는 품종만도 500만종이 넘는다. 쿠팡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곳들이 적지 않다는 말이다.

세간의 여러 의구심에도 쿠팡은 현재의 스탠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아마존, 알리바바를 꿈꾸는 김범석 대표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금융자본의 목표와 지향점은 분명해 보인다. 가격과 배송 경쟁력에 더해 상품 소싱 능력까지 더한 무기를 갖춰 치킨게임의 승자가 되려는 것이다. 치킨게임의 승자는 결국 독과점을 꿈꾸기 마련이다. 당장의 적자를 감내하고라도 앞만 보고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은 소비자 편익을 높였다는 점에서는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시장 지배력이 높아진 이후에도 그럴 수 있을까. "손해 보겠다고 작정하는 곳과 싸우면 절대 못 이긴다". 대형 사모펀드의 한 고위관계자가 던진 말 속에 쿠팡의 미래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기업금융부장 고유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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