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시장의 매수 세력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역전쟁 격화 속에 중국이 미국 국채 입찰에서 손을 떼는 것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매수자가 사라지는 것은 미스터리"라며 "외국인 수요가 파업에 들어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있었던 미국 10년 국채 입찰에서 투자자는 채권 1달러마다 2.17달러를 응찰하는 데 그쳤다. 벤치마크 만기로 꼽히는 10년물 입찰에서 이처럼 응찰 비율이 낮았던 것은 지난 2008년 3월 이후 처음이다.

10여년 만에 10년물 응찰 수요가 가장 낮았던 셈이다.

동시에 이날 나온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은 미국 국채를 최근 2년 반 만에 가장 큰 규모로 내다 팔았다.

중국은 지난 3월 미국 국채를 204억5천만 달러 매도했는데, 지난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매도 규모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도 1조1천210만 달러로 낮아지며 지난 2017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지난 3월 미국 국채를 대거 내다 판 데 이어 최근 발행 시장에서도 응찰 수요가 급감하며 중국의 미국 국채 투자 기조가 변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 중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미국 국채를 더욱 많이 보유한 최대 투자자였다.

배런스는 "장기적인 무역 전쟁은 미국 국채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것은 (중국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정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수출 감소와 성장 둔화로 중국 통화가 상당한 압박을 받는다면, 중국 당국은 미국 국채 매도와 위안화 매수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올해 들어 지난 4개월 간 미국 국채 입찰에서 외국인이 가져간 비중은 12%로, 지난 2011년 같은 기간(22%)보다 크게 줄었다. 여기에는 미국 국채가 통화 변동을 헤지하려는 투자자에게 특히 비싼 영향도 작용했다.

다만, 배런스는 중국이 아니더라도 무역과 관련한 미국 국채의 수요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글로벌 무역 거래는 미국 기업의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달러를 기준으로 체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국채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될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작년 10월 고점 3.2%에서 최근 2.4% 아래로 떨어졌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보류하고 시장의 경기 우려는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배런스는 이에 관련, "외국인을 대신할 국내 투자자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국채발행 잔액 가운데 국내 투자자 비중은 지난 2015년부터 외국인 비중을 앞서고 있다.

일부에선 앞으로 국채 입찰이 유찰될 가능성도 거론하지만, 이런 경우 다른 수단도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국채 입찰의 유찰 사례가 자주 나오는데, 이런 경우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공개시장조작의 일부로 유통시장에서 해당 국채를 내다 판다.

배런스는 "미국도 국채 발행에서 독일과 비슷한 방식을 취할 수 있다"며 "정부가 체면을 구기는 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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