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빅 피겨'인 1,200원을 눈앞에 두면서 외국인 자본유출에 대한 국내 금융시장의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6일 달러-원이 1,200원 선을 넘어선다면 심리적으로 시장의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4월부터 급격히 상승한 달러-원 환율은 최근 5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하며 1,190원을 넘어섰다.

4월 외국인 주식 배당금 관련 역송금 수요를 시작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환율은 1분기 국내 국내총생산(GDP) 부진과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 등으로 빠른 속도로 올랐다.

◇韓 펀더멘털 의구심에 자본 유출 우려

1,200원까지 불과 10원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무역 전쟁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 한국 경기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1분기 GDP 부진으로 한국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무역분쟁 당사국인 중국 위안화보다 원화의 변동성이 더 컸다는 점은 무역 위축으로 인한 한국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또한 환차손 측면에서도 기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유인이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이탈이 심하지 않지만, 달러-원 환율이 계속 상승할 경우 원화 수요가 줄고 기존 투자자들의 주식 팔자 심리가 강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탈 징후 없고 오히려 기회 될 수도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200원대 환율에 대한 불안 심리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오히려 위기보다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제로 외국인의 주식자금 유출이 크지 않고 채권자금은 오히려 유입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유출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진단도 나왔다.

금융감독원 기준 외국인 원화채 잔고는 지난 13일 기준 112조6천497억 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한때 110조 원대를 밑돌았다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역송금 수요가 강했던 4월에도 외국인 증권 매수는 이어졌다.

금감원이 발표한 '2019년 4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주식 2조5천750억 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시장참가자들은 지난주부터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을 중심으로 1조 원가량을 순매도한 점은 주의 깊게 지켜볼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 외국계 은행의 외환 딜러는 "외국인 자금이 한국에서 이탈할 것 같지는 않다"며 "무역갈등 이슈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 달러-원도 1,200원까지 가겠지만, 중국이 심각한 충격을 받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지면 원화 자산은 오히려 덜 영향을 받으며 독립적으로 움직일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 정치나 제도, 금융시장 안정성, 정부 부채 등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상황이라 오히려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는 등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에는 이벤트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시중은행의 외환 딜러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한 달 동안 변동성은 여전할 것이다"며 "무역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 글로벌 증시는 급락할 수 있지만, 투자 적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스와프 포인트도 나쁘지 않고 외국인 입장에서 원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이득"이라면서도 "재정거래가 대부분 단기물로 들어오다 보니 이벤트 발생 시 빠져나가는 속도도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 이득보다는 이벤트에 반응할 것으로 본다"며 "주식 쪽에서 발생하는 자본유출이 달러-원을 1,200원 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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