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국고채 5년물 이하 채권금리가 일제히 기준금리를 밑돌면서 역마진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역마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채권을 빌려서 헤지 포지션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헤지 포지션이 누적되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일 경우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16일 연합인포맥스 선물 일별 추이(화면번호 3630)에 따르면 전일 3년 국채선물은 3틱 고평가를 나타냈다. 3년 국채선물은 6월물이 근원물로 거래되기 시작한 후 줄곧 고평가 상태가 이어졌다.

국고채 3년물은 지난달 23일 이후 계속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증권사의 조달금리가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임을 고려하면 국고채 3년물은 올해 내내 역마진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기관투자자들이 채권을 사지 않을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잔고를 채워야 하는 데다, 자본이득 추구를 위해서는 역마진을 감내하면서 채권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에 막혀 금리의 추가 하락 여지가 줄어들면서 시장참가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시간이 채권투자자의 편이 아닌 데다 자본이득을 얻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어서다.

참가자들은 채권을 빌려 헤지 포지션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역마진 폭을 줄이고 있다.

채권 대차로 선물 매도 포지션을 구축하면 선물 고평가만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물 포지션에서의 역마진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스와프 시장에서도 고정금리를 매도하면 3개월간은 CD 금리를 받을 수 있어서 캐리 수익을 낼 수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이런 이유로 채권시장이 헤지 포지션을 적지 않게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른 리스크도 있다. 국채선물이나 스와프 시장이 현물대비 외국인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대외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국채선물 고평가가 확대되거나 본드스와프가 확대되는 등 헤지 포지션이 당초 금융시장이 예상한 방향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역마진 손실이 겹치면서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역마진 상황에서 지금 채권금리가 크게 움직이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헤지 없이 현물만 들고 있는 게 가장 괴롭다"며 "역마진 상황에서 금리가 조금 밀리는 것이 체감상으로는 타격이 클 수 있다. 시장의 손실 감내가 점점 약화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국채선물 등으로 외국인 매매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국내 기관의 포지션이 꼬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syje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