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이 결렬된 이후 미국이 중국과 중국 기업 화웨이를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중국과의 대화의 여지는 남겨두면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는 트럼프의 협상 전략이 또다시 나온 셈이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 안보위험이 있는 기업이 제조한 통신장비와 서비스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주 미국과 중국 간의 11차 고위급 무역협상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이후 나왔다.

행정명령에 따라 상무부는 관련 기관들과 협력해 150일 이내 이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상무부는 행정명령이 발표된 이후 곧바로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특별한 수출 면허를 요구하는 '기관 목록(entity list)'에 편입했다.

이는 이번 행정명령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상무부의 산업안보국(BIS)은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상품이나 관련 기술을 통제하기 위해 이들 기관의 수출 품목에 특별 면허를 요구한다.

기관 목록에는 해외 기관이나 기업, 개인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통상 해당 목록에 포함될 경우 정부의 블랙리스트로 간주해 이들 기관의 거래가 더 면밀히 모니터링된다.

화웨이가 기관 목록에 편입됨에 따라 화웨이는 미국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수출할 경우 BIS의 특별 면허를 받아야 한다.

상무부는 과거 중국 ZTE(중흥통신)에 대해서도 대이란 제재 위반으로 유사한 조처를 했으나 이후 이를 되돌려 벌금으로 대체한 바 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대통령의 이러한 결정을 지지하며, 이번 조치는 "외국 기업들이 미국의 국가안보 혹은 외교 정책의 이해를 해칠 수 있는 방법으로 미국 기술이 해외 기관에 이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화웨이와 거래하는 미국 반도체 업체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전했다.

미 국가 안보당국자들은 그동안 화웨이와 ZTE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지배를 받고 있을 수 있다며 이는 국가안보에 상당한 위협이라고 주장해왔다.

행정명령은 미국이 중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나왔다.

행정명령이 발표되기 몇 시간 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상원에 출석해 양측이 베이징에서 조만간 다시 "만날 것 같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어 다음 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측이 계속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내놓고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중국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번 행정명령은 거의 1년간 논의돼오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이 결렬되자마자 발표됐다.

앞서 미국 정부는 화웨이는 물론 ZTE 등 중국 기업들의 기술탈취를 우려하며 각종 행정조치를 단행해왔다.

작년 8월에는 ZTE, 화웨이 등 중국 통신기업들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켰고, 올해 1월에는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화웨이와 계열사를 기소했다.

작년 말에는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되면서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한 바 있다.

화웨이 측은 이번 미국의 조치에 아직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앞서 행정명령이 발표될 경우 이는 상황을 오도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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