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홈쇼핑사들이 최근 급팽창하고 있는 신선식품 새벽 배송 시장 진출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대기업에 이어 쿠팡 등 이커머스업체까지 새벽 배송에 가세하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자 후발 주자들이 사업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모양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당초 다음 달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새벽 배송서비스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작년 12월부터 강남 3구 지역에 시범적으로 시행한 결과 공동현관 비밀번호 요구 등 일부 배송 문제가 발견됐고, 각종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과연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파일럿 테스트 결과 보완해야 할 문제 등이 보여 새벽 배송에 서비스에 대해 다시 논의하고 있다"면서 "확대 실시 여부 등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업계 1위 CJ오쇼핑도 7월부터 시작하는 새벽 배송서비스 사업성에 대해 재논의 중이다.

올 초 새벽배송 추진을 중단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냉장·냉동식품 공급업체 선정 및 물류·배송인력 확보 등 관련 투자비용을 고려했을 때 사업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새벽 배송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차별화할 만한 전략이 없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기존대로 시작은 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그 규모 등을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CJ오쇼핑은 8월부터 고객이 원하는 날짜, 시간, 장소에서 상품을 회수하는 홈픽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다른 전략도 병행해 배송 시장에서 승부를 건다는 방침이다.

새벽 배송은 마켓컬리가 4년 전 처음 시작했다. 빠른 배송도 최소 하루가 걸리던 때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아침에 일어나면 문 앞에 식품이 와있는 것이다.

그만큼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설립 당시 2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 규모는 지난해 1천570억원으로 3년 만에 50배 이상 급성장했다.

올 초 쿠팡이 물류 인프라를 앞세워 새벽 배송을 시작하면서 마트, 슈퍼, 백화점 등 다른 유통 경쟁사들도 한꺼번에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마트몰을 통해 전날 오후 6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쓱배송 굿모닝'을 시작했고, 롯데마트도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 새벽 배송을 시행 중이다. GS리테일은 신선식품 전용 채널인 GS프레시를 통해 전날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오전 7시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CU편의점은 헬로네이처를 인수해 새벽 배송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백화점업계 첫 새벽배송 서비스에 나섰으며 동원F&B도 지난 3월부터 동원몰을 통해 새벽 배송 서비스 밴드프레시를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작년 4천억원 안팎이던 시장 규모가 올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이미 출혈경쟁이 시작된 상황에서 새벽 배송으로 막대한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새벽 배송은 인건비가 주간보다 2배 정도 더 드는 데다 냉장·냉동 배송시스템 등 물류 인프라 구축 등에 초기 투자비용이 상당하다. 서비스가 서울·경기 등 일부 지역에 한정돼 매출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단점이다.

마켓컬리는 4년간 한 번도 이익을 낸 적 없다. 매년 적자 규모가 확대돼 지난해는 33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헬로네 이처도 올해 100억원에 가까운 영업적자가 날 것으로 파악된다.

GS프레시는 최근 새벽 배송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분기 손실이 기존 30억~40억 원 수준에서 60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 배송이 신시장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매력적인 건 사실이나 투자보다 영업손실이 너무 커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면서 "대기업들도 서비스를 차별화하지 못하면 실패한 사업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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