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선물거래소가 일부 상품에서 1천분의 3초간 거래를 지연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초고속으로 치고 빠지는 고빈도 트레이더들이 반발하고 나섰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 중 하나인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는 미국 선물시장에서 이른바 '과속방지턱'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조치는 우선 금과 은 선물시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추후 다른 상품시장에서도 과속방지턱 규제가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ICE는 지난 2월 선물시장을 감독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과속방지턱을 도입하겠다고 제안했고 CFTC가 이를 승인하면서 선물시장의 거래 체계는 변화를 앞두게 됐다.

과속방지턱 규제는 선물을 거래할 때 1천분의 3초 혹은 그에 준하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게 골자다. 고빈도 트레이딩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이들의 시장 장악력을 완화하기 위해 ICE가 고안한 방안이다.

현재 고빈도 거래 전략을 쓰는 투자기관들은 마이크로웨이브 네트워크를 사용하거나 거래소의 데이터센터로부터 직접 데이터를 받아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상품을 매매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 신규 진입자가 기존의 고빈도 전략 펀드들과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ICE는 이런 '고인 물'을 걷어내기 위해 과속방지턱 체계를 고안했지만, 시장 지배력이 강한 헤지펀드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시타델 시큐리티즈나 DRW홀딩스 등 거물 헤지펀드는 과속방지턱 조치가 시장에 피해를 주며 특정 시장 참가자를 차별하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시타델의 스티븐 버거 글로벌 정부·규제정책 총괄은 "CFTC가 두 개의 특정 상품에만 규제 변화를 허용한 것을 환영한다"며 "향후 이 같은 조치가 다른 부문까지 확장한다면 새로운 규제와 법률 분석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운용자산(AUM) 규모가 더 작은 전자트레이딩 펀드는 과속방지턱 규제가 속도 싸움이 중요한 시장에서 더 공정한 경쟁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며 반겼다.

CFTC는 금과 은 선물시장에서 과속방지턱 규제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모니터할 것이라고 밝혔다. CFTC 위원 5명 중 2명은 이번 결정에 반대했다.

ICE는 ICE의 승인을 반긴다면서도 과속방지턱 조치를 언제 도입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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