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호텔롯데 면세점 사업의 이익이 급증하면서 그간 수면 아래서 잠잠하던 호텔롯데 기업공개(IPO)가 본격적으로 추진될지 관심이다.

롯데그룹이 호텔롯데의 기업가치 개선을 IPO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만큼 면세점 사업 이익 향상을 계기로 상장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호텔롯데의 IPO와 증시 상장이 그룹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신동빈 회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마지막 퍼즐'과도 같은 작업이라는 점에서 롯데그룹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17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의 1분기 매출액은 1조3천96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천700억원) 대비 9.0%(1천26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천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8억원 대비 430%(817억원) 급증했다.

지난 한 해 영업이익(2천100억원)의 절반을 한 분기에 달성한 것이다. 자산도 1조5천713억원에서 2조4천732억원으로 불어났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온라인면세점 매출이 전년 대비 65% 급증했고, 중국 보따리상들의 매출단가가 늘어나면서 시내면세점 수익도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일부 매장 철수로 매출 감소가 예상됐으나, 오히려 임대료 부담이 줄어든 것이 실적 호전에 도움이 됐다. 송객수수료가 안정화하고 해외 사업장이 호조인 것도 도움이 됐다.

호텔롯데는 호텔 부문이 2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의 실적개선으로 1분기에 847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며 흑자 전환했다.

황각규 롯데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 "사업 안정화가 이뤄진 다음에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적이 어느 정도 좋아지고 투자자들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정도의 체력을 만든 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거두면서 IPO 추진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의 지주체제 전환의 마지막 퍼즐이다.

신동빈 회장이 올 초 경영에 복귀한 이후 그동안 보류했던 지배구조 작업을 재계한 가운데 호텔롯데 상장으로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완성한다는 게 롯데의 구상이다.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이며, 일본 L투자회사(제4투자회사) 15.63%, 제9투자회사 10.41%, 제7투자회사 9.40% 제1투자회사 8.60% 등 일본롯데 관계사들이 보유하고 있어 일본 롯데 측이 9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신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아직 미완성인 이유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는 상장해 일본 지배력을 낮추고 이를 롯데지주와 합병해 신 회장의 지배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15년 호텔롯데 상장 계획을 밝히면서 "상장 시 30~40%는 신주 발행을 할 예정"이라며 "상장 후 일본 쪽 지분율이 50% 미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물산 등 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가 사들여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롯데가 수년 전부터 호텔롯데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던 만큼 재추진 결정이 난다면 이른 시일 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계열사 매각이 마무리단계에 있는 만큼 신 회장의 지배구조 완성의 마지막 단계인 호텔롯데 상장을 미룰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롯데면세점이 지금과 같은 견고한 성장을 유지해준다면 조기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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