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카드사와 캐피탈사, 신기술금융업 등의 금융회사가 모인 여신금융협회의 수장을 뽑는 절차가 시작됐다. 협회장 자리에 도전하는 많은 후보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언론 지면에 오르내린다. 전직 관료 간 경쟁이 유례없이 치열하다는 후문도 들린다. 흥행몰이하는 협회장 선출 과정의 이면에는 어려움을 겪는 업계의 피땀 눈물이 고여있다.

10차례 계속된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제로 페이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의 확산, 타 금융업종의 자동차 금융시장 진입 등으로 경영환경은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 특히 내년은 총선이 치러진다. 또다시 정치권의 카드 수수료 인하 압력이 가중될 여지가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협회장 후보 경쟁이 치열한 것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업계를 살리겠다는 의욕 넘치는 인재가 많다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협회장이 느껴야 할 자리의 부담이 전혀 없다는 방증이라는 풀이도 있다. 협회장은 임기가 3년이고 연봉은 4억원 정도다. 대형 카드사의 사장 급여 수준이다.

최근 나온 하마평 기사에는 금융당국과 소통에 있어 유리한 관 출신이 유리하다 또는 업계를 잘 아는 민 출신이 낫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회원사별 호불호는 있겠지만, 후보자들이 과거 상당한 지위까지 오른 경험이 있고 그만큼 능력을 입증해 보였다는 점에서 서로의 경력을 비교하는 것은 도토리 키재기 밖에는 안 될 수 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업계에 대해 얼만큼의 '로열티'를 갖고 일할 수 있는지 여부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15개 회원 이사들이 인선 기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겠지만 겉보다 실질을 봐야 한다.

업계가 처한 위기를 풀어낼 수 있다고 제시한 해결책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현실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후보자들도 빛 좋은 개살구 말고 실질적인 비전을 갖고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원하지 않아야 한다. 협회는 이익 단체다.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증진하고 여론에 영향을 주겠다는 목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결성한 집단으로 압력 단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퇴직 관료, 퇴직 임원이 다시 우아하게 퇴직을 준비하는 자리로 생각하도록 하지 않으려면 지금이야말로 회원사 스스로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대리인 문제'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협회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업황은 잿빛인데 회장 선거는 과열인 상황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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