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장 막판 당국의 개입에 반작용이 나오면서 달러-원이 더 튀었다. 시장의 매수 심리를 과소평가한 것 같다"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당국발 메시지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달러-원 급등에 대한 속도 조절성으로 나온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 오히려 역외 시장 참가자들의 매수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시장 심리는 계속해서 상승 쪽에 맞춰진 분위기다.

17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전일 장 막판 외환 당국은 1,190원대 상단에서 매도 개입에 나섰다.

외환 당국 관계자가 "과도한 변동성을 우려하고 있고, 지나친 쏠림이 있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기도 했지만, 장 마감 전 10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말이었다.

달러-원은 1,192.40원까지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오른 후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도 물량에 빠르게 1,190원 부근으로 밀렸으나 다시 튀어올랐다.
 

 

 

 

 

 

 

 

 

 

 


시장 참가자들은 외환 당국의 잇따른 실기에 실망하는 눈치다.

특히 지난 10일 외환 당국이 1,180원대 부근에서도 실개입에 나서면서 시장 안정화 스탠스를 내보였으나 원화 약세폭은 커져만 가고 있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당국이 시장 안정을 바라면 좀 더 강한 액션을 취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며 "일반 개인 중심으론 아직 롱심리가 팽배한 상태고 금융권과 다르게 공격적 성향을 가진 개인들도 있는데 이러한 심리를 막아주지 못하고 있고, 당국의 구두개입도 잘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국 내부에서도 메시지 조율이 잘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장·차관 간의 시장 뷰가 미묘한 차이를 보이면서 실무진들의 운신 폭이 넓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13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이후 기자들에게 "최근 다른 아시아 통화와 함께 원화 변동성이 커졌다"면서도 "다른 주변국과 비교해 과도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달러-원의 상승 속도에 대해 다소 대치된 발언을 냈다.

홍 부총리는 "최근 대외적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유념 있게 관찰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원 환율이 1,200원 '빅 피겨(큰 자릿수)'를 향해 오를수록 시장의 심리가 쏠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B외국계은행의 딜러는 "어제 개입을 늦게 했는데 개입 시점이 맞든 틀리든 전일 종가 수준까지 밀어줘야 시장이 분명한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라며 "현 수준에서 상단을 제대로 막지도 않고 있는 데다 당국 내에서도 조율이 안 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원이 1,200원 넘어 안착하면 상단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될지 가늠이 안 되고 이로 인한 손절이 얼마나 나올지 가늠이 안 된다"며 "당국이 어느 레벨에서 점을 찍어주지 않으면 1,200원 상단에서 변동성은 예상보다 더 클 수 있고 하루 10~20원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C시중은행 외환딜러도 "최근 외환 당국의 정책에 일관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1,180원대에서 당국이 한차례 상단을 막는 듯했으나 이후 기재부 차관이 다른 주변국과 비교해 원화 변동성이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고 하는 등 메시지가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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