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최근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흐름이 거세지며 달러-원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7일 서울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나타내고 있다. 7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1조5천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최근 급등세를 보이며 1,190원대를 돌파한 달러-원에 외국인 주식자금의 순매도 행렬은 부담 요소다.

특히 달러-원 환율이 코스피 흐름에 민감하게 연동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라 외인 수급이 적잖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일 오후 2시 44분경 코스피가 2,062.44로 저점을 낮추자 달러-원은 곧장 1,192.4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A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주초부터 달러-원이 증시 흐름을 상당히 밀접하게 따라가는 모습이다"며 "거의 증시와 달러-위안만 보고 거래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말했다.

그는 전일 코스피 저점과 달러-원의 연고점 돌파 시점이 거의 비슷하다면서 이날도 증시 흐름과 외국인 매도 현황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만약 코스피가 급격히 낙폭을 확대하면 달러-원도 1,200원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도 "주식시장의 외국인 매도세가 심리적으로 달러-원을 위로 미는 힘이 상당히 크게 작용할 수 있다"며 "만약 1,200원이 뚫리면 1,220원까지는 어렵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원이 무역갈등에 따른 위안화 약세, 롱 플레이 등으로 큰 하방 요소가 부재한 가운데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는 달러-원 레벨을 추가로 상승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외환딜러들은 특히 외국인 순매도는 일시적으로 서울환시 참가자들의 심리를 악화해 달러-원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라고 우려했다.

C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외국인 순매도 행진은 심리적으로 숏 플레이를 주저하게 하는 요소"라면서 "순매도 물량 중 다수가 실제 역송금으로 이어지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에서의 외국인 순매도가 심리적으로 원화에 대한 재평가를 이끌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D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단순히 증시에서 외국인이 빠지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원화 재평가가 두려운 것"이라며 "자본유출에 대한 공포심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환딜러들은 역송금 및 외국인 자금 이탈 징후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한 외국인 순매도 현상은 달러-원에 일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환율이 급등하고 있으나 외국인 채권자금은 오히려 순유입하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자금 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연합인포맥스 '금감원 외국인 잔고'(화면번호:4576)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 채권 잔고는 이달 들어 약 3조4천억원 늘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도 올해 들어 한국 국채 보유 규모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C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외국인 순매도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자금유출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니 외국인 순매도가 트리거로는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시중은행의 외환딜러도 "역송금 수요와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확실히 발생하는지를 주시해야 한다"며 "이탈이 뚜렷할 경우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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