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정보기술(IT)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직접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 '싱가포르, 금융 디지털화에 따른 직무 변화 방향 제시'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121개 금융 분야 직무 중 40여개 직무가 디지털화로 대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은행업의 경우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데이터 분석 기술, 인공지능(AI) 등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업종으로 꼽혔다.

리테일뱅킹에서는 콜센터와 지점고객 접점 인력, 기업뱅킹에서는 중소기업(SME) 영업과 신용심사 인력의 대체율이 높을 것으로 관측됐다. 투자은행(IB)과 프라이빗뱅커(PB) 분야의 경우 트레이딩 중심의 직무가 대체 1순위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은행권 대부분 직무에 디지털 역량 요구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해 현직 금융업 종사자가 업계 내 IT 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국내 은행권도 디지털 전환을 경영목표로 내걸며 IT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필요한 IT 인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AI, 빅데이터 등 일부 전문 분야의 구인난이 심각해지면서 인재를 직접 키워 쓰겠다는 은행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025년까지 디지털 전환에 2조원을 투자하고, 4천명의 디지털 인재를 육성할 방침이다.

KEB하나은행은 내년까지 1천200명의 디지털 전문인력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NH농협금융그룹도 내년까지 빅데이터 전문가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1천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디지털·ICT 분야에 새로운 채용 방식을 도입한다. 디지털·ICT 분야 채용을 연중 수시로 실시하고, 필요 직무별 우수 인재를 적기에 뽑을 수 있는 '채용위크'를 신설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디지털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인 경력개발제도(CDP)를 시행하고 있다.

김지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은행은 IT 인력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며 "디지털 전환에 따른 직무 구성과 필요한 역량 변화를 추정해 체계적인 디지털 인력양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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