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삭, 최대 90% 지분 매각…"PBR 4배 달라"

리딩뱅크 자존심 싸움에 인수가 치솟을 가능성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캄보디아 1위 소액대출회사 프라삭(Prasac) 인수를 두고 맞붙었다. 3년 전 우리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가 뛰어들었던 인수전이 이번엔 두 리딩뱅크의 경쟁으로 치러지게 됐다.

하지만 프라삭 인수가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고가인수에 대한 우려가 크다. 동남아시아를 향한 국내 은행의 과도한 낙관론과 두 은행의 경쟁구도가 해외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출혈경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 국내은행의 캄보디아 '프라삭' 인수전

20일 투자은행(IB)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프라삭 지분 인수를 위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번 매각은 별도의 입찰 절차 없이 경매호가 방식으로 인수자를 정하는 프로그레시브 딜로 진행된다. 최대주주인 스리랑카 대기업 란카오릭스(LOLC)와 뱅크오브이스트아시아(BEA),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지분의 최대 90%까지 입찰이 가능하다. 프라삭 측이 원하는 수준의 가격을 먼저 제안하는 곳이 인수에 유리한 만큼 두 은행 사이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프라삭 매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6년에는 지분 50%를 대상으로 우리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우리은행이 주주들과 세부조건을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이듬해 기존 주주인 LOLC와 BEA가 지분을 사들여 첫 인수전은 끝났다.

거의 3년 만에 재개된 매각에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관심을 보이면서 프라삭은 국내 4대 시중은행 모두 러브콜을 보낸 '알짜 매물'이 됐다.

프라삭은 2017년 말 기준 총자산 17억5천427만 달러(약 2조1천억원)로 시장점유율 35%에 달하는 1위 소액대출 사업자다. 최근에는 600억원 넘는 연간 수익을 내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9%에 육박하고 있다.

◇ 무리한 인수경쟁 자제한다지만 해외사업 분주

문제는 가격이다. 프라삭이 원하는 매각가는 지분 가치의 4배 정도로 알려졌다. 2억2천860만 달러(약 2천733억원)의 자기자본을 고려하면 인수에 1조원 가까이 베팅해야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LOLC 등 프라삭에 10년 이상 투자해온 최대주주 측이 PBR 3~4배 수준을 원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이번 매각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국내 은행 뿐이라 가격조정이 되더라도 적잖은 지출이 수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모두 무리한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캄보디아에 진출한 신한은행은 내부에서 꽤 적극적이다. 최근 신한캄보디아은행이 주택론은 물론 개인사업자 대출, 직불카드 등 리테일 영업을 확대하고 있어 현지 네트워크가 더욱 절실하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올해 3월 취임 당시 캄보디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글로벌 통'인 진 행장의 취임 이후 어느 때보다도 해외 사업에 힘주려는 분위기가 짙다.

국민은행은 오래전부터 프라삭을 봐 왔다. 2016년에도 인수전 참여를 검토했으나 당시 현대증권 인수가 진행되며 한발 물러났다. 캄보디아는 그룹의 해외사업 거점 지역이다. 지난해 KB국민카드를 통해 현지 여신전문금융회사를 인수한 만큼 조만간 확대할 자동차 할부금융과 부동산담보대출 영업에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 일부 고가인수 우려…실사 중요성 부각

그럼에도 고가인수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는 캄보디아의 소액대출사업의 성장성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이자율 상한제한과 업권 내 과당경쟁으로 한때 50%를 웃돌던 자산 성장률은 현재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실제로 프라삭의 2015년 이후 ROE와 ROA, 수익률 곡선은 하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경제성장률 7%가 가능한 성장국이지만 소매금융 산업만 놓고 보면 성장 폭이 둔화했다"며 "중앙은행이 이자 상한을 18%로 제한하면서 이러한 추세가 더 두드러졌고 앞선 은행들이 인수를 포기했을 때도 달라진 시장 변화가 주된 배경이 됐다. 기존 주주들이 지분을 되파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쟁 구도가 프라삭의 몸값만 올려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비슷한 전례도 있다. 2년 전 필리핀 이스트웨스트 은행 인수전에서도 두 은행이 관심을 보이자 주가가 치솟으며 매각가가 상승했다. 고가인수 논란 끝에 결국 신한은행이 단독 입찰했으나 최종 협상에는 실패했다.

금융당국은 실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 진출 수요가 큰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의 현지 금융회사 가치가 최근 들어 크게 상승했다"며 "철저한 실사로 적정가를 산출하고, 소매금융 성격상 네트워크가 많을 수밖에 없는 만큼 현지 직원과 지점 활용 방안을 제대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