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LG그룹이 1년 전 타계한 고(故) 구본무 회장의 1주기 추모식을 20일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고 고인의 지난날을 되새기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추모식에는 장남인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LG 임원진 400명이 참석했다.

고 구본무 회장의 약력 소개를 시작으로 추모 영상 상영과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사장단의 헌화와 묵념으로 이어졌다.

생전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멀리하고 소탈하게 살아온 고인을 기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간소하게 진행됐다.

추모 영상은 구 회장이 1995년 2월 그룹 회장에 취임해 23년간 그룹에 남긴 발자취를 담아냈다.

구 회장은 이차전지 사업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디스플레이 사업을 키워냈고, 취임 2년 만에 맞은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LG를 대기업 최초의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해 선진적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했다.

그는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는 신념 하에 한국과 미국에서 열린 인재 확보 IR행사인 'LG테크콘퍼런스'에도 매년 참석해 젊은 인재들을 직접 만났다.

테크콘퍼런스를 통해 LG에 입사한 한 직원은 "일일이 음식 챙겨준다고 서 계시고, 연설하신다고 서 계시고, 모든 참가자들하고 사진 찍는다고 강단에 혼자 계속 서 계시고, 그게 끝나면 이제 잘 가라고 나가는 문 앞에 일렬로 서 계셨다"며 "그 모습에 굉장히 감명이 깊었다"고 회상했다.

영상은 또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업문화인 'LG 웨이' 선포, 마지막까지 공사 현장을 수시로 찾았던 마곡 사이언스파크, 의인상 제정, 화담 숲 조성 등 구 회장의 의미 있는 발자취도 소개했다.

구본무 회장과 인연이 있었던 인사들의 인터뷰도 담겼다.

허창수 GS 회장은 "이차전지 사업이 처음에 적자가 많이 났다. 그런데도 계속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집념이 아니었으면 힘들었다고 생각한다"며 "(구 회장을) 집념의 승부사라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많은 사람이 왜 구본무 회장이 돌아가고 나신 다음에 아쉬워했을까? 제가 볼 때 그분이 따뜻하기도 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항상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대국적인 관점의 이야기를 열심히 하셨다"며 "정말 다정한 분이셨고, 몇 번을 만나도 좋아지고 존경심이 생기는 그런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고모리 시케타카 후지필름 회장은 "일본인 경영자를 많이 알고, 외국인 경영자도 많이 만났지만, 그중에서도 인품이 훌륭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영상의 마지막은 "저는 여러분을, 그리고 우리 LG를 믿습니다. 차별적인 고객가치 창출을 위해 우리의 길을 걸어갑시다"라는 구 회장의 육성으로 마무리됐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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