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편의점 가맹 본사가 점주의 이익 배분율을 높이는 등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편의점 창업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가맹점 이익 배분율을 평균 8% 포인트 높인 새로운 가맹계약을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편의점 매출 총이익 가운데 점주가 65∼70%를, 가맹본부인 GS리테일이 30∼35%를 각각 가져갔으나 새 가맹계약에서는 점주에게 평균 8%포인트 많은 73∼78%가 배분된다.

새로운 이익 배분율은 신규 점포와 기존 점포 재계약 시 적용되며, 점주가 점포를 임차하는 완전가맹과 본사가 점포를 임차하고 가맹점주를 모집하는 위탁가맹에 모두 적용된다.

GS25는 또 매출이 부진한 점포는 영업 위약금 없이 폐업할 수 있는 제도도 시행한다. 기존에는 인테리어 등 가맹본부가 투자한 시설 투자비를 돌려줘야 했으나 앞으로는 본부가 일부 나눠 부담한다.

BGF리테일의 편의점 CU(씨유)도 올해부터 매달 점포 수익금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칠 경우 차액을 보전해 주는 초기 안정화 제도를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등 가맹점주 지원책을 추가했다.

세븐일레븐은 2월부터 수입 배분율을 위탁가맹형 기준 40%에서 45%로 높인 새로운 가맹형태를 신설하고, 음식류 폐지지원 규모 확대, 아르바이트 근무자 특별채용 등 상생안을 시행 중이다.

편의점 가맹 본사는 지난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점주들의 수익이 줄어들자 각종 상생협약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인건비를 낮추려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점주들이 속출하면서 본사가 이탈 가맹점주를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CU는 지난 한 해 평균 900억원, GS25와 세븐일레븐도 각각 750억원과 400억원을 가맹점주에 지원했다.

그런데도 올해 들어 편의점 신규출점은 눈에 띄게 줄었다.

BGF리테일의 편의점 CU는 올 1분기 점포 순증수가 173개로 전년 동기(232개) 25.4%(59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도 전년 동기 206개에서 153개로 25.7%(53개) 감소했다.

세븐일레븐은 1분기 점포 순증수가 62개에 그쳐 1년 전보다 55.7%(140개)나 급감했고, 같은 기간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297개에서 171개로 126개(42.4%) 줄었다.

한 편의점 점주는 "본사 지원책 조건을 따져보면 일부 가맹점에 한정돼 있거나 점포 한 개에 돌아오는 지원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매년 두 자릿수로 오르는 최저임금 등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CU 가맹점주협의회 측은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와 점주 수익 역관계가 심화되면서 점주는 빈곤해지고 본사만 살찌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상생안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경쟁 브랜드 편의점건의 근접 출점을 금지하는 자율규약이 시행된 것도 창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자율규약에 따르면 편의점 가맹본부는 출점예정지 인근에 경쟁사의 편의점이 있을 경우 50~100m가량 거리를 두어야 한다.

기존에는 각사 자율 규제에 따른 동일 브랜드 간 250m 거리 제한만 존재해 '한 지붕 두 편의점' 경쟁이 가능했지만, 신규출점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본사 입장에서도 예전만큼 출점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편의점 관계자는 "출점제한은 예비창업자 수요가 집중되는 선두업체보다 후발주자들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기존 점포 간판을 놓고 업계 간 서로 빼앗기 경쟁이 벌어지는 등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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