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중 마찰 격화로 아시아 증시에서 자금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해외투자자들은 5월 들어 중국 주식을 6조 원 넘게 팔아치웠고 대만과 한국, 태국 주식도 순매도하고 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거래하고 있는 기술 기업이 많은 데다 지역 경제 둔화 우려에 따른 통화 약세가 아시아 증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과 홍콩 증시 교차 매매를 통해 이달 1월부터 17일까지 중국 주식을 364억 위안(6조2천658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미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 3천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표명한 지난 14일 순매도 규모는 109억 위안(1조8천764억 원)으로, 일일 기준 사상 두 번째로 많았다.

미국 증권사 제프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화웨이는 우리가 분석하는 거의 모든 기술 기업의 성장 동인이 돼 왔다"며 화웨이에 대한 미국산 부품 수출 규제가 관련 기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

MSCI가 5월 말부터 중국 A주 편입비율을 5%에서 10%로 확대할 예정이지만 해외투자자들은 리스크를 회피하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전부터 정해져 있던 편입비중 확대보다 미·중 무역마찰 경계심이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이와캐피털마켓츠홍콩의 관계자는 "MSCI 편입비율 확대로 중국 주식에 대한 관심은 중장기적으로 이어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미·중 마찰로 향후 상황을 점칠 수 없어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투자자들은 지난주까지 대만 주식을 약 844억 대만달러(3조2천105억 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스마트폰용 광학렌즈 업체인 라간정밀 주가는 지난 17일 9% 넘게 추락했다. 제프리스는 화웨이가 라간정밀의 매출의 10~15%를 차지한다고 추정했다.

한국 증시에서도 이달 들어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출됐다. 신문은 대만과 한국의 경우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고 현재 통화 약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동남아로도 주식 및 통화 약세가 확산하고 있다.

5월 태국 증시에서 외국인은 159억 바트(5천962억 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싱가포르달러와 말레이시아 링깃, 인도네시아 루피아도 이달 들어 달러 대비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대중관세 인상에 따른 (미·중 마찰 격화) 흐름은 금방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원화와 대만달러, 말레이시아 링깃 등 신흥국 통화에 영향이 파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아시아 자금유출 우려는 진정됐지만 무역마찰 고조로 아시아 증시와 환시가 다시 하락 위험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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