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SK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화폐 단위로 환산한 계량치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이를 지표화해 경영평가에 활용한다.

SK그룹은 21일 종로구 SK본사에서 'SK 사회적가치 측정 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계열사들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결과를 공개했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 경영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부족과 환경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로, 경제적 가치와 함께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의 토대가 된다.

DBL 경영은 영업이익 등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듯이 같은 기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SK그룹은 각 계열사가 재무제표를 공개하듯이 앞으로 사회적 가치도 공개할 방침이다.

공표 방식과 시점은 각 계열사가 분기별 실적 콘퍼런스 콜 때 밝히거나 지속가능보고서에 기재하는 등 자율로 정한다.

아울러 앞으로 매년 측정결과를 공개하고, 관계사별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도 50%를 반영한다.

사회적 가치 측정 점수가 10점, 사회적 가치를 늘리는 전략과제가 30점, 안전·환경·보건 관련이 10점으로 총 50점이다.

이날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원사인 16개 주요 계열사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개사의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가 먼저 공개했다.

SK그룹은 고용과 배당, 납세 실적 등을 통한 경제간접 기여성과와 환경, 사회, 거버넌스 등의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과 기부, 자원봉사 등의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경제간접 기여성과 2조3천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조1천884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원을 창출했다.

SK하이닉스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9조9천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4천563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760억원을,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1조6천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81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339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각각 측정됐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비즈니스 사회성과가 마이너스(-)로 나온 것은 생산 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환경 항목에 부정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SK그룹은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일시 통신장애로 고객들에게 제공한 피해 보상액 등도 마이너스 성과로 측정됐다.

SK그룹은 "아직 측정 시스템에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나 지배구조 개선 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은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는데 각 관계사는 자체 측정결과를 발표할 때 미반영 항목을 주석에 표기하고 추후 반영하기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일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최 회장은 마이너스 수치가 크게 나온 데 대해 "총량으로 당연히 발표해야 한다. 개선 성과를 명기해서라도 이해를 시켜야 한다"며 "첫 출발이니 잘했다고 내보이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숫자들을 개선할지 고민하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 등 일부 국내외 기업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공표해왔지만, 제품·서비스 관련 사회적 가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SK그룹이 처음이다.

SK그룹은 지속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방침이며, 사회적가치를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서 공개하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 연구하고 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사회적가치)위원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부사장)은 "사회적 가치 측정은 DBL 경영을 동력으로 뉴 SK를 만들기 위해서다"며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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