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정해진 기간 내에 딜을 완주할 수 있는 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됐다".

롯데그룹이 매각하는 롯데카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서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21일 전격 교체된 배경을 두고 매각에 정통한 한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1조8천억 원이란 예상을 뛰어 넘는 '풀베팅'을 통해 롯데카드를 거머쥐는 듯 했던 한앤컴퍼니에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제조업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금융으로 확장하면서 또 다른 기회를 잡으려던 한앤컴퍼니의 계획은 결국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로 인해 무산됐다.

지난 3일 유력 인수후보였던 MBK-우리은행 컨소시엄과 하나금융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을 때까지만 해도 한앤컴퍼니는 축제 분위기였다.

롯데카드 매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앤컴퍼니의 승리를 점치는 예상은 많지 않았기에 더욱 그랬다.

매각 거래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놀랐을 정도의 인수가격을 써내면서 고인수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지만,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는 향후 투자 관련 트랙 레코드를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전략적투자자(SI)인 하나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의 합류로 SI 성격을 갖게 된 MBK-우리은행 컨소시엄만이 꾸준히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만큼 반전은 더욱 짜릿했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금융사 인수에 대한 우려와 함께, KT 노조가 한상원 대표를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가 불거졌고 상황은 순식간에 반전했다.

롯데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롯데가 한상원 대표의 검찰 고발 이슈 자체만을 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꾼 것은 아니다"면서도 "문제가 계속 불거지다 보면 결국 매각이 지체될 우려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컸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10월 12일까지 금융 계열사의 매각을 통해 공정거래법 이슈를 피해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정해진 시간 내에 매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또 최소 4개월가량 걸리는 대주주 변경 심사 기간을 고려하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대처가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결국 롯데그룹은 장고를 거듭한 끝에 전날이 돼서야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난 13일 한앤컴퍼니와의 배타적 협상기간이 끝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후 일주일간 치열한 고민을 지속한 셈이다.

한앤컴퍼니가 높은 인수가격을 적어낸 만큼 매각차익 측면에서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놓치고 싶지 않았던 파트너였다.

지난 본입찰 2차 비딩에서 한앤컴퍼니는 경쟁사들보다 2천억원 이상 높은 금액을 베팅하며 우선협상대상자으로 선정된 바 있다.

아울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세부 조율을 통해 협상에도 상당한 진척을 이뤄낸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혔다.

그러나 정해진 기간 내 매각을 완료하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결국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MBK-우리은행 컨소시엄과 롯데그룹, 매각 주관사인 씨티증권은 한앤컴퍼니의 배타적 협상이 종료된 이후부터 다시 협상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선택지를 갖고 싶어했던 롯데그룹과 차순위협상대상자로서 여전히 롯데카드 인수에 관심이 컸던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은 최근 인수가격을 소폭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수정 제안서를 제출했고, 롯데그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상황은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3순위 후보였던 하나금융그룹은 별도의 인수 의사를 타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 잡은 딜을 놓친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롯데그룹 또한 법적 리스크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굳이 무리할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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