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미·중 무역분쟁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반도체 경기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도 위태로워졌다.

이에 따라 반도체 경기 회복세에 상당 부분을 기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화웨이 사태와 무역 분쟁의 격화로 글로벌 반도체 경기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과 화웨이 사태는 반도체에 무조건 악재"라며 "화웨이도 반도체 고객이고, 또 중국의 애플 제품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서버용 반도체 경기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모바일용 반도체가 다소 버텨주고 있었는데 모바일도 위축된다면 상저하고 패턴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반도체 업황과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실적 개선 (전망) 정도를 낮출 필요성이 커졌다"며 "미·중 문제 해결 이외에는 당분간 모멘텀은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 개선이 지연되면 이에 기댄 국내 성장률 전망도 후퇴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산업에 특화한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는 반도체 경기의 부침에 따라 성장률도 변동성을 보인 경험을 갖고 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4월 1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한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 자체가 반도체 쪽으로 특화된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가 세계 경기 일반 흐름보다 조금 더 낫다면 (한국의) 성장률도 높아지고, 그렇지 않다면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1분기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살아나는데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0.3%가 나온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나온 언급이다.

반도체 수출이 금액 기준으로 줄었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해명은 이미 무색해졌다.

국가통계포털 코시스(KOSIS)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올해 1분기 478.64(2010=100)로 작년 4분기의 544.03에서 12% 감소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월별 반도체 수출 물량은 지난 3월 1.8% 증가했다가 4월 들어 0.9% 감소로 돌아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3월 중 데이터를 보면 반도체 수출 물량 회복 속도가 양호했다"며 "전문기관의 전망을 종합하면 반도체 부진상황은 일시적인 조정국면"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기관의 의견을 인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한은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만을 골라서 경기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한은의 경제전망은 기대가 섞인 것"이라며 "추경까지 해도 경기 개선의 기미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한은의 공식 입장은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고, 지표에 대해 우려가 클 것"이라며 "결국 반도체 경기 회복 정도가 키(key)"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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