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유상증자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두산중공업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하기로 결정하면서 본격적인 '빚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부담을 덜어내긴 했지만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자 부담은 되레 커졌고, 시장 조달 여력도 저하된 탓에 일단 확보한 실탄으로 빚을 더 줄여 재무건전성을 높이려는 차원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이달 23일 만기가 돌아오는 9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이 들어오면서 차입금 만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됐다고 판단해 상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현금 상환을 결정한 사모사채는 지난해 5월 발행한 사모 회사채다. 발행금리는 4.5%였다.

두산중공업이 올해 갚아야 하는 시장성 차입금은 4천200억 원대에 이른다.

7월과 11월에도 각각 1천억 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10월에는 726억 원의 회사 사모사채 만기를 맞는다. 공사대금 유동화채권 600억 원도 갚아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4천7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일단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을 갚는데 쓸 계획이다. 물론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위한 투자금도 목록에 올려놓고는 있지만 시급한 용도는 차입금 부담 개선이다.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당장 '급한 불'은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자금조달 능력이 훼손된 점을 우려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특히 최근 신평사들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큰 부담이다.

유상증자 계획이 확정된 지난 2월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내린 데 이어, 유상증자가 종료된 이후인 이번달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동일하게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두산중공업은 자본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에 더욱 애로를 겪게 됐다는 평가다.

풍력 등의 신규 사업을 통해 주력 사업의 부진을 만회하려고 애쓰고는 있지만 수주 기반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사업성과를 단기간 내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신평사들의 지적이다.

두산중공업 회사채 금리는 최근 저금리 상황에서도 신용도 하락을 이유로 오르는 추세다.

한기평이 신용등급을 조정한 지난 2월 3.9%대였던 1년물 개별민평금리는 4.7%대까지 올랐다.

시장 조달이 그만큼 쉽지 않게 됐다는 시그널이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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