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지난해 금리 상승을 예상하고 보유 증권 재분류에 나섰던 보험사들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낭패를 보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생명보험사의 일반계정 만기보유증권 규모는 157조4천8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조원가량 증가했다.

오렌지라이프가 지난해 10조원가량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한 영향이 컸다.

한화생명과 신한생명, 흥국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도 1조~2조원가량 만기보유증권이 늘었다.

특히 한화생명의 경우 2017년 초 58조 원에 달하는 매도가능증권 가운데 절반 이상인 약 30조 원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한 바 있다.

이와 비교해 작년 말 생보사의 매도가능증권 규모는 339조6천524억원으로 6조4천억원가량 감소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금리 상승을 예상하고 매도가능증권을 줄이고 만기보유증권을 늘린 것이다.

만기보유증권 계정에 쌓으면 장부 가격과 이자만 반영돼 금리가 올라가도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매도가능증권 계정으로 분류할 경우 금리가 내리면 평가이익이 발생하지만, 반대의 경우 평가손실이 발생해 RBC비율 하락으로 연결된다.

이에 2014년 저금리 기조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대거 재분류해 채권평가이익을 얻었던 보험사들이 미국의 금리 인상 본격화에 방어하기 위해 3년 제한이 풀리자마자 만기보유증권을 다시 늘린 것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금융자산 계정 재분류를 바꾸면 3년간 변경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지난해 11월 1.50%에서 1.75%로 인상한 후 동결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각각 낮춰 잡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지난 3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시사했다.

이에 지난해 10월에 2.395%까지 올랐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1.829%로 떨어졌다.

저금리 기조가 다시 이어지면서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한 생보사들은 그만큼 채권평가이익을 얻지 못하게 됐다.

특히 2022년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을 통해 RBC비율 관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 인상기에 대비하기 위해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한 생보사들이 늘었지만, 올해 들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며 "3년 제한이 풀렸지만,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하지 않고 관망하는 보험사들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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