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의 미국법인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은행 미국법인은 이익을 거뒀지만, 그 역시 작년에 비교해 크게 줄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메리카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4억5천1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낸 것을 고려하면 큰 폭의 역성장을 기록한 셈이다.

아메리카신한은행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25억원의 손실을 봤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2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올해 분기 기준으로 두 번째 연속 적자이다. 하지만 작년 3분기 성적 역시 일 년 전과 비교하면 80% 가까이 급감한 성과라는 점에서 이미 적자가 예견된 상황이다.

하나뱅코프(Hana Ban corp,inc.)는 올해 1분기 19억8천900만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가 브로드웨이내셔널뱅크(BNB)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줄곧 적자다. 지난해 1분기 13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을 되짚어보면 일 년 새 적자 규모도 확대됐다.

KEB하나은행은 미국법인이 세 개다. 지난 2004년 설립된 KEB하나뉴욕파이낸셜과 KEB하나로스엔젤레스파이낸셜은 올해 1분기 각각 4억9천100만원과 6억9천9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들 세 곳을 합산한다 해도 미국법인 전체가 7억9천900만원 순손실을 봤다.

우리아메리카은행은 올해 1분기 48억3천4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선방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66억원의 성과를 냈음을 고려하면 25%가량 줄어든 성적표다.

국내 은행의 미국법인들은 지난해부터 줄곧 역성장하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이 자금세탁방지 강화를 주문하자 송금업무 등 영업 범위는 줄고 인적·물적 인프라 개선을 위한 비용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채용하는 자금세탁방지 전문가의 연봉은 이미 시중은행장의 연봉을 넘어서기도 한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미국에 진출한 현지법인과 지점들이 컨설팅을 통해 내부정비를 진행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중은행 사이에선 미국에 현지법인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국민은행을 부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은행은 최근 런던과 홍콩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하며 중국과 캄보디아, 미얀마에만 법인을 운영 중이다.

이에 일부 시중은행 사이에서도 미국 현지법인의 존폐를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본점의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현지 지점만으로 미국 내 영업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법인이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국내 은행들이 직접 라이선스를 반납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글로벌 담당 부행장은 "어떤 형태로 진출했든지 미국 현지 영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금세탁방지 이슈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지금은 비용을 크게 내면서 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부행장은 "당분간 어느 은행이든 미국법인이 수익을 내긴 힘들다"면서 "미국 금융당국의 잣대가 유럽과 중동에 이어 아시아로 넘어온 상황에선 본점 차원에서도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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