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2년 4개월여 만에 1,2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외환당국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이 강해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다시 불확실성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달러-원 환율은 한 달 반 만에 60원 가까이 치솟았다.

22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17일 장중 1,195.70원을 기록하며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4월 초만 해도 달러-원 환율이 1,130원대 중후반에서 등락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반 만에 60원 이상 오른 셈이다.

가파른 달러-원 환율 상승세에 금융시장의 관심은 일제히 외환 당국의 '입'에 쏠렸다.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당국 발언에 주목하며 달러-원 환율의 상단을 어디까지 잡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 과거 당국의 구두개입 사례

통상 당국의 구두개입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의지에 반대하는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이익이 될 게 없다는 과거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러-원 환율의 급격한 상승에 대한 당국의 개입성 발언은 지난달 말부터 나왔지만, 당국이 공식적으로 메시지를 전한 건 지난 20일이 처음이었다.

점심시간이던 오후 12시 13분께 외환 당국은 "특정 시간대 대규모 일방향 거래를 면밀히 살피겠다"며 쏠림 현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오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의 이상 쏠림 현상에 정부가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이후 나온 당국의 공식 구두개입인 만큼 달러-원의 급격한 상승세를 제어하는데 영향력을 미쳤다.

달러-원 환율은 7거래일 연속 연고점 경신 행진을 멈추고 2거래일 연속 하락 조정을 받았다.

지난 2017년에는 비교적 외환 당국의 개입성 발언이 자주 나왔다.

11월 원화 강세가 심화했을 때도 외환 당국은 2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원화 강세 속도가 빠르다고 진단하며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당시 당국 발언에도 달러-원 환율은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었지만, 당국의 쏠림 방어 개입에 결국 반등했다.

같은 해 3월 대규모 역외 매도에 환율이 하루에 10원 이상 급락하는 등의 상황에도 당국이 쏠림 발행 시 대응하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이후 점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율이 급격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 기재부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구두개입에 나선 적도 있지만, 두 기관의 공식 구두개입은 지난 2016년 2월 이후에는 한 차례도 없었다.

외환 당국은 현재 환율 상황도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고 진단하는 모습이다.

◇ 당국의 스탠스는 '레벨 방어'보다 '쏠림 방지'

외환 당국이 구두개입을 하는 목적은 당국의 의지를 시장에 알림으로써 당국이 나서기 전에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을 유도하는 데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당국의 스탠스는 시장의 이상적인 쏠림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20일 외환 당국의 발언도 기존보다 경고 수위가 높아지긴 했지만, 대체로 중립적이고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려 했다는 것이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외환시장의 한 참가자는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에 가까워지면서 시장 심리도 불안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측면에서 쏠림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원화 약세를 예상하는 투기성 거래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은행의 외환 딜러는 "당국의 개입 발언이 늦게 나왔다는 말들도 있지만, 지금은 과거처럼 한 방향으로만 몰리는 그런 시장은 아니라고 당국이 판단한 것 같다"며 "쏠림의 경계를 넘나들 때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이 빅 피겨인 1,200원을 방어할지에 관심이 크지만, 당국은 레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지난 20일 홍남기 부총리는 대외경제장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환율이 1,200원을 넘긴 이후의 대책을 묻는 말에 "환율 수준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평가와 방향성을 담고 있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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