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달러-원 환율이 2년 4개월 만에 1,200원대 진입을 앞둔 가운데 1,190원대에서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올해 초까지 지루한 박스권이 이어지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빅 피겨(큰 자릿수)'가 사정권에 들어서자 잠시 숨 고르기가 나타났으나 상승 탄력은 여전해 보인다.

22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이달 들어 30원 이상 급등한 가운데 최근 3거래일 연속 1,190원대에서 하방 경직성을 나타내고 있다.

1,200원대에 진입할 경우 지난 2017년 1월 11일 장중 고점 1,202.00원 이후 2년 4개월 만에 '빅 피겨'를 상향 돌파하는 셈이다.
 

 

 

 

 

 

 

 

 

 

 

 

 

 

 


◇약 10개월의 붙박이장…박스권 이탈 '트리거'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반까지 외환딜러들에겐 보릿고개와도 같은 붙박이장이었다.

달러-원 환율은 1,100~1,130원대 좁은 레인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고 하루 거래량이 40억 달러대로 쪼그라들기도 했다.

달러-원이 상단 박스권을 이탈할 조짐은 지난달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8일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가 한국 등 신흥국 채권을 제외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기나긴 레인지 장세에 변동 조짐이 일었다.

여기에 달러-원 상단을 본격적으로 열어젖힌 재료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우리나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쇼크였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은 1분기 GDP가 전기비 0.3%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대비로는 1.8% 성장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3.3%) 이후 가장 낮은 성적표였다. 달러-원 환율은 1,160원 선을 상향 돌파하더니 연고점 행진에 들어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위안화 또한 무너졌다.

잇따른 수출 성적 부진과 반도체 가격 하락,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이 달 들어선 본격적인 상승 일변도 장세를 나타냈고 지난 17일 1,195.70원까지 오르면서 1,200원에 바짝 다가섰다.

고점과 이달 초 저점 1,160.70원 사이는 35원까지 벌어진 상태다.

◇1,200원대 시대 임박…2017년과 다른 점은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달러-원 1,200원대를 앞두고 지난 2017년과는 시장 판도가 다르다고 진단한다.

국내 펀더멘털 악화와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대외적 요소가 보다 장기적인 원화 약세 신호를 보내고 있는 만큼 1,200원 선을 상향 돌파하더라도 급격한 되돌림이 나타나긴 어렵다는 이유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2016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공포로 1,200원대를 올랐고 2017년 1월 3일 1,211.80원까지 추가 상승한 바 있다.

이후 달러-원은 급락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수출 호조 등 펀더멘털이 괜찮았고 경기에 대해 기대감이 고조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2017년 말 외화예금은 830억3천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찍었고 이후 꾸준히 하락 추세다.

2017년 달러-원 환율은 명확한 상고하저 장세를 나타내면서 1월 연고점, 12월 연저점(1,070원)으로 마감했다.

또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빠르게 완화하면서 지난해 초 1,100원 선을 하향 이탈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3일 달러-원 환율은 1,054.00원까지 낮아진 바 있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2017년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라는 정책 불확실성이 있었으나 우리나라의 경제 지표가 나쁘지 않았고 수출이 줄어들기 전"이라며 "지금은 오퍼 공백이 나타난 가운데 악화된 펀더멘털을 반영해서 오르는 만큼 실체가 있는 원화 약세"라고 설명했다.

◇원화 반등 모멘텀은…수출 효과 주목

당분간 통화 절하에 따른 가격 효과로 수출이 반등하기 전까지 달러-원 환율은 단단한 하방 경직성을 이어갈 전망이다.

1,200원대 고점을 찍고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1,160원대에서 낙폭이 조정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펀더멘털로 보면 1,200원 정도면 상단에 거의 다 왔다고 보고 있으나 고점을 찍고 내려갈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펀더멘털이 좋으면 1,130원까지 급락할 수도 있겠으나 지금 반도체 수출이 부진하고 중국 경기가 좋지 않아 1,160원대 아래로 내려가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장기적 시각에선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등으로 수출 및 주가 반등 모멘텀이 올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대체로 한 나라의 통화가 달러 대비로 전년 동월 대비 10% 절하될 때부터 주가도 반등하고 수출도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현재 환율 수준 자체가 전년비 10% 정도 올랐다"며 "시차가 있지만 환율 상승이 어느 정도는 수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고 4분기를 지나면 개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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