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한은 집행부는 왜 금리인하를 주저할까
[데스크 칼럼]한은 집행부는 왜 금리인하를 주저할까
  • 한창헌 기자
  • 승인 2019.05.23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결정한다. 한은 총재와 부총재가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활동하지만, 외부 기관의 추천을 받아 임명된 다섯명의 금통위원이 더 있으니 한은이 기준금리 결정 주체라는 것은 정확한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한은 집행부의 스탠스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대다수 전·현직 금통위원들은 전한다. 금통위원들이 접하는 각종 보고서나 통계자료, 시장 정보 등 상당수를 한은이 제공하다 보니 적잖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십년간 통화정책을 연구해온 전문가들도 수두룩하다. '초짜' 금통위원일수록 한은 집행부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금통위원의 근접 보좌진도 모두 한은맨이다.

음으로 양으로 금통위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은 집행부의 현재 통화정책 스탠스는 어떨까. 금통위 의장이자 한은의 수장인 이주열 총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통화정책 방향은 완화적이지만, 당장 기준금리를 움직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거듭해서 밝혀왔다. 다른 집행 간부들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른바 '통방 라인'이라 불리는 주요 부서의 간부들은 한은 총재와 의견을 같이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들 집행부의 주된 고민은 통화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약해졌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물가 안정이 통화 당국의 일차적 책무이지만, 기준금리를 내렸을 때 물가를 기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어려워진 환경이라고 이들은 본다. 통화량 조절이나 금리를 내려서 소비자물가를 제대로 올릴 수 있다면 인하 스탠스로 방향을 두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비근한 사례로 이른바 '아마존 효과'가 거론된다. 온라인 거래가 급팽창하면서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이는 물가를 끌어 내리는 결정적 이유로도 작용한다. 온라인 구매 가격이 오프라인보다 상대적으로 싸고, 온라인거래 보편화에 따른 가격 투명성 확대가 오프라인 가격도 낮춘다는 논리다. (한국은행 '온라인거래 확대의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민간소비 등 수요 촉진을 해도 이전보다 물가 수준은 높이기가 어려워졌다는 현실적인 고민에 빠져있다. 물가나 경기 상승 효과는 약해지는 반면에 부동산 시장 등으로의 자금 쏠림 부작용은 가늠하기 어렵다. 이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도 동반할 수밖에 없다. 한은이 자주 언급하는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다.

한은 집행부가 생래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측면도 있다.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경제가 안 좋다는 약간의 시그널만 나와도 정부와 정치권의 금리 인하 압력이 지속돼 온 탓이다. 일종의 트라우마다. 외부에서 그리고 시장에서 금리 인하 주장이 세게 나올수록 한은 내부에선 이에 대한 반발 여론이 형성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명제 하에 금리정책이 외부 압력에 휘둘리는 것을 매우 굴욕적으로 받아들인다.

한은 집행부의 스탠스는 기준금리 결정에 가장 민감한 주체인 채권시장 참가자들과는 간극이 크다. 시장은 한 차례 이상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두고 강세 베팅 중이다. 국고채 3년 금리는 물론 5년 금리도 기준금리인 1.75%를 한참 밑도는 상황에서 이런 심리를 엿볼 수 있다.

금통위원들의 성향 대결은 팽팽해 보인다. 지난 4월 금통위를 지나는 시점에서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비둘기파가 두 명, 그 반대인 매파가 두 명 정도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 나머지 세 명은 중립 수준이다. 이 안에 한은 총재와 부총재가 들어 있다.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은 언제든 나올 수 있지만, 한은 집행부인 총재와 부총재가 돌아서지 않는 한 인하 결정은 그들의 얘기처럼 당장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금통위원들의 성향 체크와 함께 한은 집행 간부들의 스탠스 변화에도 주목하지 않으면 시장의 베팅은 어느 시점에 상처로 돌아올 수도 있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기자의 다른기사
인포맥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주)연합인포맥스
  • 110-140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2길 25 연합뉴스빌딩 10층 (주)연합인포맥스
  • 대표전화 : 02-398-4900
  • 팩스 : 02-398-4992~4
  • 제호 : 연합인포맥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2336
  • 발행일 : 2000년 6월 1일
  • 등록일 : 2012년 11월 06일
  • 발행인 : 최병국
  • 편집인 : 최병국
  • 개인정보 보호책임자 : 유상원
  • 연합인포맥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연합인포맥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nfomaxkorea@gmail.co.kr
ND소프트